슈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한 지 넉 달여. 한국교회는 태풍 강타 직후부터 긴급구호활동을 펼치는가하면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을 결성해 실의에 빠져있는 필리핀 이재민들을 위한 공동체 재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가운데 이재민들을 위한 ‘사랑의 집’ 짓기 1차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필리핀 이재민들은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온정에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편집자 주="">편집자>◈ 태풍 구호사각지대 재건 프로젝트..1차 '사랑의 집' 결실필리핀 세부 북부 하그나야 부두에서 배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반타얀(Bantayan)섬.
슈퍼태풍 하이옌은 레이테섬의 타클로반을 강타해 1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를 입힌 뒤 신비의 섬으로 알려진 이곳 반타얀 섬을 을 통해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이 곳 역시 피해가 컸지만, 전 세계의 관심은 인적 피해가 큰 타클로반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구호의 손길이 덜 미쳤던 곳이기도 하다.
반타얀 섬의 오꼬이 바랑가이(barangay, 필리핀 도시를 구성하는 최소의 지방자치 단위 )같은 경우 1만 여 채의 집 가운데 7천 채 이상의 집이 완전히 파괴되는 등 생활기반이 모두 무너져 내리다시피 했다.
인구 8천여 명이 거주하는 부티기스섬의 경우 전체 690가구 가운데 630가구의 집이 완전히 파괴돼 주민 대부분이 무너진 잔해 더미에서 생활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은 구호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세부 북부의 반타얀 섬과 부티기스 섬 일대의 공동체 재건을 위해 사랑의 온정을 모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1차로 100채의 집을 완공하고, 지난 20일과 21일 오꼬이와 부티기스, 봉도 등 7개 지역 이재민들에게 한국교회의 사랑을 담은 ‘사랑의 집’을 기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이 '사랑의 집짓기' 1차 프로젝트를 마무리짓고, 지난 20일과 21일 필리핀 반타얀섬과 부티기스 섬 내 7개 지역 이재민 100가구에 '사랑의 집'을 전달했다.
◈ "사랑의 빚 갚으러 왔다"전하자..."감사하고 기쁘다" 감격사랑의 집 기증식에는 사랑의 집 짓기 1차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조일래 총회장) 긴급구호단과 한국교회연합(한영훈 대표회장)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이재민들 외에도 현지 주민들 대부분 기증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성총회 조일래 총회장은 기증식 설교에서 “우리는 주안에 형제 자매인 여러분들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조 총회장은 이어 “한국전쟁에 참전해 우리나라를 도운 필리핀에 사랑의 빚을 갚으로 왔다”고 전하자 주민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기증식에 참석한 파올로 에스가나 반타얀 산타페시 관계자는 “한국교회에서 태풍 하이옌 피해를 입은 필리핀 이재민들을 위해 집과 임시 보호소를 지어주기 위해 오신 것에 감사하다”며, “시에서도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주민들의 생계 지원에 주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꼬이 바랑가이 최고령자인 롯 빌리야 브렐리(69세)씨는 “한국교회가 태풍피해를 당한 우리들을 잊지 않고 집을 지어주셔서 정말 행복하고, 한국의 성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사랑의 집 열쇠를 받아든 이재민들은 연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오꼬이 바랑가이에 사는 떼르시다 가시오노 (42세)씨는 “편안하고 안전한 새 집에서 살게 돼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며, “한국교회를 통해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는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로스톰 바땐다안(54세)씨는 “태풍으로 집을 잃었을 때 마음이 정말 아프고 힘들었는데 한국교회에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시고 집까지 지어주셔서 힘과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 비기독교인들..태풍 통해 하나님 알고, '사랑의 집'으로 사랑 깨달아한국교회가 선물한 ‘사랑의 집’이 비기독교인들에게는 교회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보읍교회 사무엘 목사와 오꼬이교회 제시파실란 목사는 이구동성으로 태풍의 악몽이 기적을 가져왔다며,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 사랑의 집을 지어줬는데 그 분들이 그 사랑에 놀라고 감동해서 교회를 찾아와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24년전부터 세부일대에서 기성총회 파송 선교사로 활동해온 이창용 선교사는 “태풍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에 비기독교인들도 이런 재난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되고 두려워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선교사는 이어 “비기독교인들이 재건과정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교회를 찾게되면서 기존 교인들은 밖에서 예배를 드리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사랑의 집 1채 건축비 150만원..태풍에 견딜 수 있도록 현지화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모은 필리핀 재해헌금 1억 5천만원으로 지어진 사랑의 집은 2.5m × 4m 크기로 현지 사정에 맞춰 필리핀 전통가옥과 비슷한 모양으로 설계했다.
집 한 채당 든 건축비는 150만원.
철근과 시멘트를 사용해 집의 기초를 다지고, 재질이 단단한 코코넛 나무를 사용해 기둥과 지붕을 만들었다. 벽은 이중벽으로 견고하게 만들었다.
태풍 피해를 당한 대부분의 집들이 야자수 나무로 엮은 벽에 양철지붕을 얹어 태풍에 취약했던 점을 고려한 것이다.
사랑의집 현지 건축 책임자인 도동후물라 (52세)씨는 “집의 기초는 시멘트로 하고, 기둥과 지붕은 강한 코코넛 나무를 쓰는 등 모든 자재를 튼튼한 것으로 사용했다”며, “전통가옥인 아마칸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튼튼해서 웬만한 태풍에는 끄덕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풍 피해로 무너져내린 집 잔해 위에 새로지은 '사랑의 집' 모습.
◈ 이재민 "집 꼭 갖고 싶다"...필리핀재해구호연합 '사랑의 집' 2차 프로젝트 계획필리핀 이재민들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목소리도 컸다.
태풍으로 뿌리째 뽑힌 나무 바로 옆에서 구호단체가 지급한 텐트 생활을 하고 있는 알레시아망시웨또(39세, 부티기스 섬)씨는 “섬에 새로 지어진 집들을 보니까 튼튼한 것 같고 저도 그 집을 꼭 갖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교회연합 사회문화국장 신광수 목사는 “사랑의 집을 충분히 공급하지못해 안타깝다”며, “사랑의 집을 받는 사람들은 빈민가에 사는 주민들 가운데 여성과 노약자, 어린이를 최우선해서 배정했다”고 밝혔다.
기성총회 조일래 총회장은 “주안에서 형제 된 우리들이 어려울 때 서로 돕고 또 서로 힘이 돼주면 우리 하나님이 얼마나 기뻐하시겠느냐”며, 필리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온정을 계속해서 보내 줄 것을 당부했다.
기성총회 긴급구호단 서기 윤창용 목사는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돌아가서 우리가 또 해야 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느끼고 간다”고 말했다.
'사랑의 집'이 태풍 피해를 당한 필리핀 이재민들에게 삶의 활력을 되찾아주고 있다.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은 사랑의 집짓기 프로젝트에 대한 현지 호응이 높아 2차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2차 프로젝트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장종현 총회장)가 나설 계획이며 우기가 시작되는 6월 전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원 규모는 1차 프로젝트와 유사한 100채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교연 사회문화국장 신광수 목사는 “한국교회연합에 속한 모든 교단들이 한 채 이상이라도 집 짓는 일을 하면 될 것이고, 올해 목표로 하는 300채의 사랑의 집이 무난히 완성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필리핀 이재민들이 서툰 한국말로 한국교회에 전한 인사말이다.
한국교회가 보여준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이 슈퍼 태풍 하이옌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필리핀 이재민들에게 삶의 의욕을 되찾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