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쌀
추석은 한국 고유의 명절이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절기가 미국의 추수감사절이고, 이스라엘의 맥추절과 수장절이다. 이들 절기는 나라가 다르고, 지키는 시기가 다르지만 △수확을 감사하고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며 △해당 절기를 계기로 어려운 이웃을 돌아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추수를 끝마친 후에 제사로 감사를 표현추석은 ''''가윗날''''이라 부르는데 이는 신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유리왕 때에 왕녀 두 사람이 여자들을 두 패로 나누어 7월 15일부터 한 달 동안 매일 일찍 모여서 길쌈을 했다.
8월 15일에 이르러서는 그 성과의 많고 적음을 살펴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내놓아 승자를 축하하고 가무를 하며 각종 놀이를 하였는데 이것을 가배(嘉俳)라 하였다. 그 말이 변하여 가위가 됐다.
가윗날은 수확 경축적 의례를 지닌다고 한다. 호남지방에는 ''''올벼심리''''라 하여 그 해 난 첫벼를 조상에게 새로 올리는 제를 지내며, 영남 지방에서는 ''''풋바심''''이라 하여 채 익지 않은 곡식을 조상에게 올릴 목적으로 벤다.
일부 가정에서는 새로 거둔 햅쌀을 성주단지에 새로 채워 넣으며 풍작을 감사하는 제를 지내기도 한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620년 유럽의 청교도 102명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號)를 타고 신대륙에 처음 발을 들이면서 비롯됐다. 65일간의 항해 끝에 간신히 도착한 대륙은 겨울 한가운데에 있었다. 추위와 식량난에 따른 영양실조 등으로 첫 해에만 47명이 죽고 말았다.
그런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원주민인 인디언이었다. 옥수수 등의 곡물을 가져다주고, 농사짓는 법도 가르쳐줬다.
덕분에 이듬해인 1621년엔 청교도들이 곡식을 재배·추수할 수 있었고, 은혜를 베푼 인디언을 초대해 3일간 축제를 벌인 것이 추수감사절의 시초가 됐다. 물론 청교도들인 이들이 하나님께 먼저 감사드린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이스라엘의 3대 절기인 유월절, 맥추절(칠칠절, 오순절), 수장절(초막절) 중 맥추절과 수장절이 추수와 관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감사와 연관이 있다.
맥추절은 보리 수확기의 명절이라는 뜻으로, 추수감사절의 시원(始原)이 되는 명절이다. 보리를 추수하고 첫 번째 단을 하나님께 드린 지 일곱 번째 안식일 후, 즉 오십 번째 날에 지켜졌기에 칠칠절이라고도 불린다. 신약에서는 오십에서 유래된 오순절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맥추절엔 햇곡식으로 만든 떡을 포함해 여러 제사들을 드렸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모든 추수를 끝마친 후에 제사로 하나님의 선하심에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초막절은 수장절이라고도 한다. 수장절은 가을축제로서 7-9월에 포도, 올리브, 종려, 무화과 등을 거두어들인 뒤 이를 감사하며 지내는 절기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후 40년간 광야에서 장막(천막) 생활한 것을 기념해, 일주일 동안 나뭇가지로 만든 초막에서 살아야 한다해서 초막절이라도 한다.
이 두 절기는 유월절과 마찬가지로 언약공동체인 이스라엘 전체가 즐거워하는 절기다. 이 3대 절기에 이스라엘의 모든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하나님의 성전에서 나와야 한다. 이 때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충성의 표시로 자신들이 받은 복의 양만큼 힘껏 바쳐야 했다.
올 추석 총 이동 인구 3천9백만명 예상옛 속담에 ''''근친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라고 할 정도로 추석을 전후해 하루 동안 친정나들이를 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큰 기쁨이며 희망이었다.
오늘날도 민족대이동이라 할 만큼 몇 천만 명이 고향을 찾아 일가친척을 만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린다.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올 추석 총 이동 인구는 3천9백만명으로 예상되며, 이동 차량은 1천3백만대로 예상된다.
성탄절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최대의 명절로 지키고 있는 미국의 경우 통상 직계가족 중심의 조촐한 모임을 갖는 성탄절과 달리 추수감사절에는 4촌은 물론 6촌 이상의 친척까지 어우르는 대가족의 만남이 이뤄진다.
따라서 한국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대이동이 벌어진다. 미국자동차여행협회(AAA)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추수감사절 때 50마일(80km) 이상 장거리 이동을 한 미국인이 3천7백만명이 좀 넘었다.
한편 추수감사절 다음날은 흔히 ''''검은 금요일''''로 불린다. 원래는 인파가 몰리는 백화점 등 상가의 ''''흑자 대목''''을 지칭한 것이지만, 대학에서 새 애인을 만난 학생들이 고향에 다니러 온 김에 옛 애인에게 작별을 통보하는 사례가 많음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맥추절 및 수장절 또한 민족의 대 이동이 일어난다. 신명기 16장 16절은 ''''이스라엘의 모든 남자는 일 년에 세 번 스스로를 여호와께 보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결대학교 전정진 교수는 ''''''''절기''''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하그''''는 문자적으로 ''''순례''''를 의미한다''''며 ''''이에 절기들은 후대에 와서 반드시 예루살렘 중앙 성소에서만 지켜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교수는 ''''순례라는 이 단어의 어원학적 의미는 이 절기에 참여하기 위해 예루살렘 성 밖에 거주하던 자들이 순례를 했다는 사실에서 잘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특히 초막절은 바벨론 포로기 이후의 유대교에서 지극히 인기 있는 절기가 되었다. 이 절기는 디아스포라의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으로 순례하는 기회로 이용됐다.
순례자들은 바빌로니아나 그 밖의 먼 지역에서, 성전과 예루살렘 성을 위해 모은 봉헌물들을 가지고 왔다. 노상강도들이 순례자들을 약탈하였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하는 문제가 때때로 언급되기도 했다고 한다.
종ㆍ떠돌이ㆍ과부ㆍ고아 모두 함께 즐기는 절기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에 많은 단체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날 하루만이라도 음식을 나누어주며 공동사회의 일원으로서 온정을 베푼다.
한 보도에 의하면 지난 해 추수감사절에 미국 전역에 걸쳐 100개 이상의 레스토랑들이 참여한 가운데 10만 파운드, 4만5천 킬로그램의 음식을 모아 나누었다고 한다.
맥추절과 수장절은 언약 공동체 전체가 함께 즐거워하는 절기이며, 종들과 떠돌이, 과부, 고아들이 모두 참여해 함께 즐기는 절기다.
특별히 이들 절기에 가난한 자들의 필요를 돌보는 것은 마땅한 일이었다. 추수 시에 밭모퉁이를 돌아 다 베어서도 안 되고, 떨어진 것(낙과 또는 낙곡)을 주워서도 안되었다.
이에 전정진 교수는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은 단지 하늘을 향해서 관대하게 바칠 뿐 아니라 땅에 있는 이웃인 가난한 자와 타국인들과 같은 약한 구성원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한국 또한 추석 때마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작은 손길이 잇따르고 있어 훈훈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무명으로 ''''동사무소 직원님께, 쌀이 필요한 분들께 드리세요''''라고 적힌 메모지가 붙은 20kg짜리 쌀 포대 25개(시가 100만원 상당)가 동사무소 문 앞에 쌓여 있었다는 얘기가 보도되기도 했다.
전 교수는 ''''성경에서 말하는 감사절의 의미를 잘 깨달은 기독교인라면 이번 추석에 주위의 어려운 이웃 돌보는 일에 적극 참여해 과거 어느 때보다 나눔이 풍성한 추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삼국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