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침례교회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강남중앙침례교회(원로목사 김충기, 담임목사 피영민)가 김충기 원로목사와 갈등의 여진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교회 사무처리회(회장 피영민 목사)가 지난 5월 23일부로 김충기 원로목사에 대한 연금지급 보류와 함께 김 원로목사가 거주하고 있는 양수리수양관에서 떠나라는 퇴거를 결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발단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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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중앙침례교회를 개척하고 27년간 사역했던 김충기 원로목사는 2002년 8월 18일 침례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장으로 있던 피영민 목사를 후임으로 청빙하고 취임예배를 드림과 함께 은퇴목사로 물러났다. 교회는 김 원로목사에게 1억1천만원의 퇴직금, 10억원의 특별공로금과 함께 강남구 청담동 45평형의 W아파트를 사서 김 원로목사 이름으로 등기를 해줬다. 연금은 매월 545만원을 지급했다.
김 원로목사는 은퇴하면서 "앞으로 교회 교회에 나오지 않고, 양수리 수양관도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원로목사는 교인들이 사준 아파트를 임의로 처분한데 이어 교회가 운영하는 양수리수양관에서 거주하겠다고 했다. 김 원로목사는 양수리수양관에서 거주하면서 매주 목요일 저녁 양수리수양관 목요철야집회에서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목요철야집회에는 교인들과 타 교회 출석하는 교인들을 포함 4~500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김 원로목사는 목요철야집회에서 후임자인 피영민 목사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교인들이 수양관 집회에 참석해서 인사를 하면 오히려 역정을 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강남중앙침례교회의 한 관계자는 "김 원로목사가 양수리수양관으로 들어가신 것은 교회의 재정권과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상징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중앙침례교회가 속한 새서울지방회에서는 강남중앙침례교회 전도사들의 목사 안수를 뚜렷한 이유없이 거부했다. 그리고 부교역자들에게는 강남중앙침례교회를 떠나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또한 ''피영민 담임목사는 교회를 떠나라''는 내용의 광고를 신문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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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계속되자 2006년 6월 강남중앙침례교회 사무처리회는 새서울지방회에서 탈퇴를 결의했다. 그런데 두 달 후인 8월 27일 주일 저녁예배 5분 전에 교회를 방문한 김원로목사가 저녁예배 설교를 하겠다고 나섰다. 피 목사는 이를 허락했다. 그런데 김 원로목사는 설교를 한 후 "우리 교회가 살길은 피영민 목사가 교회를 떠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에 대해 교인들은 충격을 받고 9월 3일 정기 사무처리회를 열어 99퍼센트 이상의 지지로 피영민 목사를 신임했다. 피 목사를 반대한 교인은 600명 중 4~5명에 불과했다. 교회는 세가지 사항을 결의했다. "피영민 담임목사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순종을 한다, 원로목사는 수양관에서 떠날 것, 이 결의사항이 관철되도록 기도하며 전력투구한다"등이다. 또 11월까지 이 결의 사항을 지키라고 김 원로목사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이런 사항은 지켜지지 않았고, 교회 사무처리회는 12월 3일 회의를 열어 다시 한번 김 원로목사에게 기회를 줬다. 결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 원로목사에게 재 요청을 한 것은 "김 원로목사의 명예를 지켜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교회 관계자는 밝혔다. 그리고 새로 시한을 정한 것이 5월 23일이었다.
그러나 김 원로목사는 수양관에서 퇴거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교회는 김 원로목사에 대한 양수리수양관에서 퇴거를 강하게 요구했을까. 교회 관계자는 "교회가 김 원로목사의 양수리수양관 퇴거를 요구하는 것은 그곳을 떠나는 것이 김 원로목사가 교회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일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교회는 일단 김 원로목사에 대한 연금 지급을 보류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는 연금 중단이라고 나와 있는데, 중단이 아니라 보류다. 김 원로목사가 결의사항을 지키면 연금을 드린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연금을 보류한 지는 2주 됐다"고 말했다.
현재 김 원로목사는 미국에 가 있다고 한다. "김 원로목사의 두 아들이 미국에서 목회를 하고 있기도 하지만, 김 원로목사와 사모가 미국 시민권자라서 1년에 두차례 정도를 미국에 체류해야 한다는 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 원로목사가 연금 지급과 관련 공증을 해놓았기 때문에 연금 지급 중단이나 보류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 교회 관계자는 "교회 자문변호사들이 검토한 결과 이런 공증은 효력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연금 지급 보류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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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피영민 담임목사는 김 원로목사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 지급 보류나 수양관에서 퇴거 요구를 결의한 사무처리회의 결의에 대해서도 피 목사는 사무처리회장이지만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회 관계자는 "오히려 김 원로목사의 연금 지급 보류에 대해 피 목사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충기 원로목사는 서울중앙침례교회를 목회한 후 아들 오영택 목사를 후임자로 세운 서울중앙침례교회(현 월드비전교회)의 오관석 원로목사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한국 교회 부흥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피영민 목사도 한국 교회를 이끌 리더로서의 역량을 갖춘 교수 출신의 목회자다. 그렇기 때문에 김충기 원로목사와 강남중앙침례교회와의 불편한 관계는 더욱 안타까운 일로 교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김 원로목사는 피 목사를 세우기 전, 양수리수양관 관장과 교회 부목사로 일한 첫째 아들 목사를 후임자로 세우려고 했으나 교인들의 반대로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로목사는 피영민 목사를 후임으로 세운 후 교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7년간 목회하면서 신앙생활의 기본자세는 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자세여야 한다고 느꼈다. 교회의 직분을 마치 권력처럼 생각한다거나 높은 자리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교계의 한 중진 목사는 "한국 교회가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이 예상보다 심하다. 부자지간인 C교회뿐만 아니라, 원로와 후임목사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교회들도 밖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지 갈등관계에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원로목사와 후임자와의 관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중진 목사는 또 "원로목사가 평생 목회를 한 후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겠지만 과도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후임목사도 전임자의 사역 철학과 목회 방향을 갑작스럽게 바꾸지 말고 서서히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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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기 원로목사의 후임으로 만 5년 가까이 사역하고 있는 피영민 담임목사는 고려대학교 행정학과와 대학원 법학과에서 노동법을 공부하던 중 논문심사를 앞두고 공군 장교로 지원해 복무 중 예수를 믿고 전역후 침신대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목사가 됐다. 이후 미국 뉴올리언스침례신학대에서 역사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침신대 교수로 사역하다가 2002년 8월 강남중앙침례교회 제2대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피 목사는 후임목사로 청빙을 받으면서 전 성도의 역동적 사역을 위해 은사의 배치와 활용, 예배의 축제화, 전도 동력화, 성령 역사의 극대화, 사회 봉사와 선교 등 8가지 목회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강남중앙교회는 현재 청년 및 장년들이 4,000여명 출석하고 있다. 김충기 목사가 한창 열정적으로 목회할 때는 7,000여명에서 1만명 가까운 신자가 출석했다가 은퇴할 무렵에는 6~700명의 성도가 주일 예배에 출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피 목사가 부임한 후에 새신자 증가와 함께 교회를 떠났던 교인들이 다시 돌아와 2500여명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27년을 한결같이 교회를 위해 헌신한 김충기 원로목사와 교회를 맡아 열정적으로 사역하며 교회를 부흥시켜가고 있는 피영민 담임목사 그리고 그 중간에 서 있는 교인들 모두가 불미스런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에 대해 교계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도 주목하고 있음을 의식해야 할 것이다.
*뉴스파워는 김충기 원로목사측의 입장을 듣지 못했습니다. 곧 김충기 원로목사측의 입장을 듣고 기사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