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초기 교회 순수성 회복해야

  • 2007-07-04 16:14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물신주의·이기주의·기복주의, 교회에 대한 혐오증을 낳아"

조연현기자

 

한국 사회는 한국교회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 한국교회의 정치적 무관심과 왜곡된 참여에 대하여, 현재 정치 현실에 대한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참여방식은 무엇인지 <한겨레> 조연현 종교전문기자가 한국 사회가 기대하는 교회의 모습을 전했다.

조 기자는 6월 29일 열린 기독교와 정치실천 컨퍼런스에서 "초기 기독교는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민족의 고난에 동참해 한민족의 선택을 받았지만, 최근 물신주의와 성공주의의 팽배로 국민이 고개를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족의 종교 역할했던 기독교

그는 구한말 선각자들이 기독교를 선택했지만, 기독교가 타종교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선택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안창호·이상재·함석헌·김구 등 선각자들은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의식을 세워줄 사상이 필요했으며, 기독교를 ''민족을 살릴 수 있는 정신''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당시 기독교는 유교적 가르침에 의해 시달림을 당하던 소외된 지역민과 상민·중인·여성 등 약자에게 ''개벽''과도 같은 소식이었다는 게 조 기자의 평가다. 기독교의 평등한 모습은 민족의 선각자들이 기독교를 민족 변혁의 기재로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조 기자는 "선교사들이 ''개인 구원''만을 강조하며 사회참여를 저지할 때도 개신교는 3·1운동을 주도해 민족과 함께함으로써 민족의 종교로 각인되었다"고 주장했다.

한국 기독교가 신뢰를 잃은 이유

그러나 남북 분단 이후 기독교는 남한 정권과 ''함께''하면서 기득권 종교로 변해갔고, 그 과정에서 지식인과 국민들이 고개를 돌렸다는 게 조 기자의 진단이다.

조연현기자

 

"기독교는 미국·남한 정권과 분단과 적대감을 부추기는 선봉에 섰다. 공산당의 탄압에 핍박을 받은 이들에게 당연한 감정이다. 하지만 민족적 비극이 한민족 내부의 원인보다는 외세의 놀음에 이용된 측면에 대해 고찰하고, 과거보다는 미래의 조국과 평화를 위해 개인적 원한을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에 대한 종교인으로서 성찰은 지극히 부족했다."

그는 "그 이후 기독교는 성공주의·산업화의 흐름과 함께하며 성장의 흐름을 이어나갔다. 그로인해 교회에 자본주의 논리가 깊숙이 자리 잡았고, 맘몬이 교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독교가 기득권의 종교가 된 이유가 성장주의·패권주의·성공주의 등 미국식 기독교를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식 기독교 아래서 약자는 섬기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한 먹잇감이다. 지금도 상당수의 목회자의 의식 구조를 지배하는 것은 성장·전도·확장·건축 등이다"며 "물신주의·이기주의·기복주의 등은 사람들을 질리게 하고 교회에 대한 혐오증을 낳고 있다. 이런 것이 변하지 않는다면 전 국민이 기독교화되어도 진정한 기독교로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

조 기자는 한국 기독교가 정착 초기의 순수성을 회복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조 기자는 "''평양대부흥 100돌''을 맞아 부흥이란 표어가 많이 등장하지만 초기의 민족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식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식의 ''부흥 놀음''은 소수의 대형 교회의 신자만 늘어나고, 다수인 골목 교회의 고사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등에서 기독교가 보이는 이해집단의 면모도 우려했다. 물신주의와 배타주의로 외면받는 기독교가 기득권 논리까지 내세움으로써 초기 기독교의 순수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의 제국들과는 달리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핍박을 받은 역사적 위치에 있었음에도 세계에 나가있는 선교사들의 상당수가 오히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보다 더 제3세계 사람들을 멸시하고 공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기자는 "주변 강대국에 의해 짓밟히고 신음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야말로 서양과는 다른 방식으로 약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진정한 벗이자 봉사자로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나라다"라며 "한국 기독교가 물신주의·성공주의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평안하고 화해하고 행복하게 하는 영성주의를 가꾸고, 민족을 깨우는 예언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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