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불교 갈등 갈수록 첨예화 양상

  • 2015-05-13 18:14

차범근 도로·봉은사 역명 제정 놓고 불편한 관계

[앵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종교간 갈등으로 폭력이 발생하고 심지어는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비교적 종교간 갈등이나 폭력이 없이 평화롭게 서로가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인데요. 세계에서도 보기드문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독교계와 불교계의 갈등 양상이 갈수록 심화 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 우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두 종교의 갈등 현상을 이승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기독교와 불교의 갈등 양상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지리산 왕시루봉에 있는 선교사 유적지의 등록 문화재 신청을 앞두고 불교계가 불법 건축물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청와대 등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져 기독교계의 반발을 자초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2010년에는 울산역 KTX 역명 제정을 놓고 기독교계와 불교계가 대립한 바 있습니다.

당시 개통을 앞두고 있던 KTX 역사의 이름을 울산역과 통도사를 병기하기로 결정했는데, 기독교계가 불교계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국립공원 입장료와 관련한 기독교계의 반발과 처치 스테이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 역시 두 종교 간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경기도 화성시가 오산과 화성 수원에 걸친 우회도로 5.2KM 구간을 차범근 도로라고 하려다가 혼쭐이 난 바 있습니다.

[전화 인터뷰] 화성시 관계자
"불교계 반발도 있고, 또 그분들은 주민들이 있으니까 용주사 신도들도 있고 할 거 아니에요."

불교계는 새롭게 생기는 우회도로 주변에 조계종 제 2 본사인 용주사가 있는데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융건릉이 있기 때문에 차범근 도로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못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불교계의 반대 이면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교회 집사인 차범근 씨의 이름을 도로명으로 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한 속내가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봉은사 역명 제정을 놓고 개신교 측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연합은 서울시를 상대로 봉은사 역명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역시 봉은사 역명 제정 반대를 천명하고 적극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녹취] 양병희 대표회장 / 한국교회연합
"한국교회연합이 봉은사 역명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는 지하철 역명에 특정 종교의 사찰 이름을 쓰는 것이 서울시가 정한 원칙에 위배가 된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종교는 각 종교의 가르침을 따라 우리사회에서 갈등과 분쟁을 막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합니다.

또 국가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는 함께 손을 잡고 국민들을 단합시키는 일도 종교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최근에 잇따르고 있는 기독교계와 불교계의 갈등 모습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양상입니다.

양 교단 종교 지도자들이 나서 서로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화해와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입니다.

CBS뉴스 이승귭니다.
[영상 취재 채성수 영상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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