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 기독교 신자 만들기 보다 기독교적 삶 살 수 있게 지도"

  • 2016-03-11 20:11

성공회대 '스님과 함께 하는 채플' 개설..법현스님 1학기 전담

지난 10일 성공회대학교 대학성당에서 열린'스님과 함께 하는 채플'. 50여명의 학생들이 법현스님의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성공회대학교)

 


대한성공회 산하 성공회대학교가 불교 승려와 함께 하는 채플 수업을 시도해 관심이다. 종립대학 채플수업에서 한 두 차례의 특강이 아닌 한 학기를 타종교인이 전담해 진행하기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스님과 함께 하는 채플’의 강사는 법현스님. 그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의 종교간대회위원장을 맡아오며 여러 종교인들과의 소통과 협력에 힘써온 종교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기독교에 대한 이해도 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공회대는 이번에 신설된 ‘스님과 함께 하는 채플’을 통해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의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상생을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공회대의 이같은 이색 채플이 가능한 건 대학채플에 대한 열린 생각 때문이다. 성공회대는 10여 년 전부터 채플의 종류를 다양화했다.

성공회 전통적인 성찬예식으로 진행되는 채플을 비롯해 경배와찬양, 교회음악, 토론채플, 연극채플, 영화감상과 기독교적 메시지를 연결하는 시네마채플 등 올해도 20여 가지의 다양한 채플이 개설돼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채플을 선택할 수 있다.

성공회대 교목실 관계자는 “기독교 신자 양성이라는 직접적인 선교 보다, 기독교적 가르침을 따르는 삶을 살도록 하는 에큐메니칼 선교관을 채플의 목적으로 두고 있다”며 다양한 채플 운영의 이유를 설명했다.

교목실은 특히 대학 4년 동안 4학기의 채플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언급했다.

“그동안 종합대학에서 집단적으로 예배를 드려야 하는 방식의 채플은 비기독교인인 학생들에게 오히려 기독교에 대한 불만을 갖게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억지로 가야하는 시간으로 ‘때우기’보다는 선택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게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정구 총장 역시 “학생들에게 채플을 통해 보다 풍성한 인간다움으로 봉사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번 ‘스님과 함께 하는 채플’이 “종교가 이 사회에서 상생할 수 있는 것임을 배우고, 학생들의 자기성찰에도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첫 수업이 진행된 10일, 성공회대학교 대학성당에는 5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이색적인 채플 수업에 흥미를 갖고 강의에 임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원할 경우 불교 외에도 건전한 다른 종교를 알리는 채플을 개설할 수도 있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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