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출판권’과 ‘법인 조직’ 문제로 10년 넘게 갈등을 겪어던 한국찬송가공회는 지난해 2월 오랜 갈등을 종식하고 정상화를 위해 전격 합의했었다. 찬송가공회 정상화 1년을 맞아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한국 교회가 교파에 관계없이 예배 때 동일한 찬송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1980년대 주요 교단들이 교회 일치와 연합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981년 한국찬송가위원회와 새찬송가위원회에 속한 9개 교단이 한국찬송가공회를 설립했고, 2년 뒤인 1983년 통일찬송가가 발행돼 사용됐다. 한국찬송가공회는 2006년 ‘21세 찬송가’를 발행해 현재까지 한국 교회 전체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가 어렵게 이룬 단일 찬송가 사용 전통은 한국찬송가공회가 내홍을 겪으면서 깨질 위기에 처했었다. 찬송가공회 사태는 출판권을 둘러싼 갈등에서 시작돼, 법인과 비법인 양분, 그리고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단들은 ‘21세기 찬송가’ 사용을 거부하고 새로운 찬송가를 만들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른바 찬송가공회 사태에 대해 교계에선 도무지 풀 수 없는 문제란 인식이 팽배했다.
2016년 2월 5일 찬송가공회가 양보와 타협으로 정상화의 길을 모색하기로 합의한 것은 교파를 초월해 동일한 찬송가를 사용하는 전통을 깨드려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법인측 한국찬송가공회 공동이사장이었던 강무영 장로는 “하나의 찬송가를 사용하는 한국 교회의 전통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자 갈등의 주체들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강 장로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예배의 도구인 찬송가인 만큼 앞으로 은혜로운 찬송가를 좋은 품질로 만들어 성도들이 하나님께 예배드릴 때 은혜롭게 사용되는 도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강 장로는 현재 한국찬송가공회 총무대행을 맡고 있다.
법인측과 비법인측으로 양분돼 있던 조직을 재단법인으로 통합한 한국찬송가공회는 1년 전 합의에 따라 예장 통합과 합동, 감리교 등 9개 주요교단에서 이사를 파송하는 연합기구로 틀을 갖췄다.
출판권을 둘러싼 갈등 또한 해결됐다. 강무영 총무대행은 “4년 동안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 출판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했고, 성서원 · 아가페 · 생명의말씀사 · 두란노 등 4개 일반 출판사에겐 반제품 형태로 공급하기로 합의됐다”면서 “합의에 따라 순조롭게 찬송가 출판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은 아직 일부 남아있다. 이 때문에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찬송가를 제작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 문제가 불거진 곡들을 다음 찬송가를 제작할 때 제외하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교인들에게 부담을 주는 새로운 찬송가 제작이 당장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강 총무대행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21세기 찬송가는 2006년에 만들어진만큼 지금 시점에서 찬송가 전체를 뜯어 고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 총무대행은 “외국의 경우 20년 가까운 주기를 두고 찬송가를 새로 발행하고 있다”면서 “수정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연구해 새로운 찬송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반영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찬송가공회가 10년 동안 갈등을 겪는 사이 법적 소송도 많았던 만큼 아직 수습되지 않은 문제들도 있다. 또, 전 총무와의 소송도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1년 전 갈등을 풀고 화합을 이뤘던 정신이 살아있고, 이를 제도로 만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문제로 제기돼 온 부분을 보완해 정관에 반영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 기울이겠다는 설명이다.
찬송가공회가 교회 연합과 일치의 본이 되는 연합기구로 거듭나 자리매김할 수 있기 위해선 교인과 교회, 각 교단 지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 교회 전체가 사용하는 찬송가를 만드는 기구이기 때문에 언제든 이권을 둘러싼 유혹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