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덕천교회 앞에서 '덕천교회를 바로 세우고 싶은 성도들' 30여 명이 시위를 하고 있다.
교회 설립 50주년을 맞은 부산 덕천교회(담임목사 김경년)가 질의서 한 장으로 시작된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지역 교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덕천교회 앞 거리에서는 ‘덕천교회를 바로 세우고 싶은 성도들’이라는 이름의 덕천교회 성도 30여 명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당회가 예배당 출입을 선별적으로 통제하고, 장로 3명이 지난 2009년 당회에서 결의된 조기은퇴를 거부한 것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있었다.
쇠사슬로 출입구를 막아 성도들을 예배 못 드리게 하고, 청년예배를 없앤 후 항의하는 청년들 중 3인을 대상으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성도들 편 가르기를 한다는 것이 시위에 참가한 성도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교회 측에서는 지난 2017년 10월 1일, 발족된 교회를 사랑하는 안수집사, 권사, 서리집사들로 자발적으로 구성된 모임 ‘덕천교회 지킴이’가 보다 못해 시위자들을 3층 로비에서 몰아내고, 예배 및 업무방해자들의 교회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예배 전후 상처받는 대다수의 성도들을 보호하기 위한 자발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또 청년예배를 없앤 것이 아니라 당회 차원에서 저녁예배 시간을 변경해 청년부와 오후예배로 연합하기로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덕천교회 B집사가 작성한 질의서.
분쟁의 발단인 한 장의 질의서는 지난 2017년 4월 24일, B집사가 당회에 제출한 것으로 항존직(장로, 안수집사, 권사)의 은퇴연령을 65세로 정한 당회결의와 70세로 되어있는 총회헌법 중 어떤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내용이다.
B집사는 C교계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두 장로가 신성한 당회에서 곧 은퇴를 앞둔 선배 장로들을 무시 하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고, 목사님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연륜이 있는 선배 장로들이 아직 직분에 익숙하지 않는 젊은 장로들을 훈련시키고, 돌봐주신 후 나가시라는 마음에서 질의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덕천교회 당회는 지난 2009년 11월, 당시 13명이었던 당회원 만장일치로 당시 담임목사였던 장기진 목사를 제외한 모든 항존직의 조기은퇴(65세)를 결의하고, 자필로 서명 받아 시행해 왔다.
하지만 13명의 당회원 중 10명이 조기은퇴를 하고, 3명이 남은 시점에서 분쟁의 발단이 된 질의서가 당회로 제출됐다. 당시 당회가 임시당회를 열어 ‘항존직 65세 조기은퇴를 계속 준수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재차 결의하고, 질의서를 반려하자 B집사는 덕천교회가 소속되어 있는 부산남노회에 다시 당회의 입장문을 첨부한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에 따라 부산남노회가 예장통합총회에 헌법 해석을 요청하자 총회는 2017년 6월 8일, 총회장과 헌법위원장 명의로 ‘헌법해석 통보’라는 제목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답변서는 헌법시행규정 제1장(총칙) 제3조(적용범위) 제2항에 의거 총회헌법이 우선이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때부터 10여 건의 고소, 고발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소, 고발은 B집사가 지난 2017년 6월 11일, K, Y장로 등 2명의 장로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고소장은 질의서를 부산남노회에 청원한 이후 답변을 받기도 전에 K, Y장로가 폭언과 멱살잡이 등의 위협을 하며 2시간 30분동안 감금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자 K, Y장로가 안수집사들을 선동하는 모임 ‘덕천교회를 바로 세우고 싶은 성도들’을 만들어 지금까지 교회 반대측 입장에서 교회를 소란스럽게 하고, 담임목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처음 시작은 항존직 정년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담임목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변질됐다는 것이 교회 측의 주장이다.
B집사의 고소에 의해 K, Y장로는 현재 부산남노회에서 면직 출교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덕천교회를 바로 세우고 싶은 성도들’과 ‘덕천교회 지킴이’는 원로장로 2명과 공로장로 1명의 중재 아래 지난 1월, 시위 중단과 고소취하 등 12가지의 이행사항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하기로 했으나 양 측의 이견 차이로 서명에는 실패했다.
그 결과 ‘덕천교회를 바로 세우고 싶은 성도들’은 질의서가 작성되기 이전인 지난 2017년 5월 이전으로 돌아가 조기은퇴에 자필 서명한 장로 13명 중 아직 은퇴를 하지 않은 3명이 예정대로 은퇴한다면 더 이상의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재차 조기은퇴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담임목사를 지지하고 있는 ‘덕천교회 지킴이’들은 노회에서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K, Y장로가 진정성을 가지고, 책임지는 자세로 장로직에서 사임한다면 이번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담임목사인 김 목사는 "이렇게까지 가서는 안되는데 죄송한 마음이다"면서 "K, Y장로가 회개하고 사임을 한다면 3명의 장로도 예정대로 조기은퇴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덕천교회는 이번 사태로 인해 성도 3~4백여 명이 교회를 떠나고 현재 8~9백여 명의 성도들이 주일예배에 참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덕천교회에서 사역했던 모 목회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직분에 걸 맞는 마음으로 이 문제를 다시 접근하면 좋겠다. 중심에 십자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십자가로 해결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결이 되겠나. ‘내 양을 먹이라’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만이 혼란에 빠진 교회를 수습하고, 회복하는 지름길이다”고 강조했다.
덕천교회는 지난 2014년, 고대원 목사가 부임한 후 8개월 만에 교회가 분열되며 200여 명의 성도가 교회를 떠난 사례가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