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논평]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아파해야 한다 - 정종훈 교수

  • 2022-05-09 14:19

지난 토요일 4월 16일은 세월호 승객 304명이 사망, 실종된 대형 참사 8주기를 맞이하는 날이었습니다. 먼저 고인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8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사건의 진실과 객관적인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세월호가 수장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아야 했던 유가족들의 안타까움과 국민적인 트라우마는 치유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 너나 할 것 없이 역사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전환점이 되어야 할 것을 이구동성으로 외쳤던 것이 떠오릅니다. 그런데도 우리 국가와 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과 대형사고 발생 시 매뉴얼을 제대로 마련했는지 의문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재난에 대한 국가권력의 신속한 대응을 경험하고 있습니까.

규정을 무시했던 선박회사와 돈을 버는 일에 급급했던 사주의 상황이 우리 삶의 현장에서 개선되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까. 가만히 있으라 지시함으로써 승객들이 스스로 피할 기회를 빼앗고, 자신들만 피했던 핵심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처사를 돌아볼 때, 국가 권력자들과 각계각층 주요 인사들이 책임 있게 행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까.

산업 현장에서 일상화된 하청 업체 직원들의 산업재해가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삶의 사각지대에 있는 극빈층을 위한 최소한이라도 살 수 있는 삶의 권리가 개선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월호의 진실을 왜곡하는 세력에 맞서서 심연에 가라앉은 진실을 건져 올리는 일에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이제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월호의 진실을 왜곡하는 세력에 맞서서 심연에 가라앉은 진실을 건져 올리는 일에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역사의 과오를 제대로 청산하지도 않고 기억하지도 않으면,언제나 반복된다는 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세월호에서 출발한 촛불혁명은 문재인 정권을 창출하여 진실을 규명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 5년 동안도 대체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한 304명 고인들과 그들 유가족의 피 맺힌 한을 누가 풀어줄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의 산업 현장 도처에서 유사하게 반복되는 하청 업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을 지고 있습니까. 우리는 재난의 비극을 반복하면서 왜 하소연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지난 주일은 부활절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특권층 유대인 장로들의 요구와 빌라도의 무책임한 판결로 인해서 십자가에서 무력하게 죽으셔야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를 부활시키시어 진실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영원한 생명이 무엇인지 보여주셨습니다.

예수의 부활은 죽임의 권력이 잠시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생명과 진리가 기어이 이겨냄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부활은 특권층의 눈치를 더 이상 보지 않고 억압과 수탈의 땅 갈릴리로 가서 가난한 민중과 연대하겠다고 결단하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월호의 진실을 왜곡하는 세력에 맞서서 심연에 가라앉은 진실을 건져 올리는 일에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절망 가운데 있는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며 그들에게 부활의 진정한 소망을 전해야 할 것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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