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정체성 혼란…은퇴 목회자 문제, 공교회 차원의 지원책 마련돼야"

  • 2023-03-29 10:41


[앵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 되면서 은퇴 목회자에 대한 공교회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교회일수록 은퇴 목회자들의 생활고 등 현실적인 문제도 커지고 있는데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 서울포럼이 은퇴 목회자들의 상황을 돌아보며 지원 방안 등을 모색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향후 3년 안에 우리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은퇴 이후 목회자의 삶을 돌보는 일도 한국 교회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예장 고신총회 서울포럼은 최근 '목회직의 은퇴와 준비'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고. 목회자의 바람직한 은퇴 준비와 은퇴 이후 삶의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거액의 전별금을 둘러싼 교회 내 갈등과 극심한 양극화 현상, 은퇴 목사의 정체성의 혼란 등 목회자 은퇴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공교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섭니다.

지난 23일 경기도 양주새순교회에서 열린 제12회 서울포럼. 지난 23일 경기도 양주새순교회에서 열린 제12회 서울포럼. 
발제자로 나선 고신대학교 이현철 교수는 "한국교회는 대형 교회 은퇴 목회자들의 성공적인 신앙 전기에만 몰두한 채, 소형 교회 은퇴 목회자들의 현실과 삶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소형 교회의 경우, 교회의 생존과 존폐 앞에서 목회자의 체계적인 은퇴 준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연구 결과, 대부분의 은퇴 목회자들이 소득원 없이 정부의 보조 또는, 자녀의 지원에 의지하며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은급재단 가입과 월납입금액 지원, 은퇴 이후 활동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 배우자 간 네트워크 형성 등 교단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현철 교수 / 고신대학교]
"(소형교회의 경우) 교회 유지 자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 속에서 해당 (은급)제도에 월 납입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 부딪쳐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은퇴 준비의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은퇴 준비과정에서 교육이라든지 여러 활동들이 준비돼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목회자가 없는 교회에 순회 설교자라든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한편, 경제적인 부분 이외에도 정체성 혼란과 출석 교회와의 관계성 등도 은퇴 목회자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고려신학대학원 김재윤 교수는 목사직 은퇴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목사 직분은 큰 무게를 지니지만 결코 그 자체로 어떤 권위나 권세를 갖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설교라는 특별한 임무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 공동체가 위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목사의 퇴임은 그 위임이 환수 되는 것이기에 목사의 공로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목사직 안에서 누렸던 은혜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새로운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목사와 교인은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김 교수는 "은퇴 목회자는 본래 교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 안에서 더 충실하게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재윤 교수 / 고려신학대학원]
"(목사 직분은) 거룩한 복음 설교를 하는 한해서 그 직무를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그 직분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위임하는 과정이 목사의 퇴임 혹은 은퇴의 과정이다… 더 열심히 성도로서 서로를 돌아보고, 옆에 있는 성도들을 격려하면서 살아가는 그 자리가 (중요합니다.)"

포럼 참가자들은 "은퇴 목회자에 대한 단편적인 지원을 넘어 교단 차원의 대책이 뒷받침되고 은퇴 후 사역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며 향후 체계적인 연구와 지원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펼치기로 다짐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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