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패밀리가 경기도 양평 묘원에
높이 7.7미터, 길이 83미터의 거대한 벽을
성경 말씀으로 채운 '성경의 벽'을 세웠습니다.
성경 66권 말씀 전체를 벽면에 펼친 공간은
죽음과 생명을 함께 묵상할 수 있게 합니다.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를 만나
'성경의 벽' 프로젝트를 진행한 취지를 들어봅니다.
■ 방송 : CBS TV < 파워인터뷰> 4월 18일((화) 18:10 / 4월 24일(월) 12:00
■ 출연 : 송길원 목사 (하이패밀리 대표)
■ 진행 : 최경배 기자
◇ 최경배 기자 : 목사님 안녕하세요.
◆ 송길원 목사 : 네. 반갑습니다.
◇ 최경배 기자 : 하이패밀리가 성경의벽 세우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 송길원 목사 : 그렇죠.
◇ 최경배 기자 : 지난 부활 주일에 개막식도 봤고요.
◆ 송길원 목사 : 맞습니다.
◇ 최경배 기자 : 성경의벽 세우기 프로젝트, 어떤 것인지 내용을 소개해 주시죠.
◆ 송길원 목사 : 2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범 내려온다'가 5억 뷰. 5억 명이 시청했다는 건데. 그거 끝난 이후에 5개 아이템을 선정하는 가운데 저희의 심볼마크 또는 랜드마크와 같은 청란교회가 소리 편에 잡힌 거예요.
한 5분여 동안 소개가 되는 것이 저희한테는 저희 스스로를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면 코로나 끝난 다음에 이곳을 찾는 세계인들이 참 많을 터인데 이런 정도의 생각을 하게 되죠.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가 이거 하나만 보여줄 수 있겠는가.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안데르센메모리얼파크 저기에다가 큰 옹벽이 있는데, 성경을 한 페이지로 펼쳐보면 어떨까. 그랬을 때 그들이 듣는 것뿐만 아니라 보는 것도 만족시킬 수 있겠다.
더더군다나 K컬처가 전 세계에 잠시의 유행이 아니라 한 장르, 이것이 이제 한 문화의 주제로 정해졌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를테면 K푸드라든지 또 K공연이라든지 이런 건 있는데 K영성은 뭐가 있나. 우리가 뭔가 성경을 새롭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겠다 해서 구상을 하게 됐던 거죠.
◇ 최경배 기자 : 말씀하신 내용. 성경 말씀이 새겨진, 스테인레스판에 말씀이 빼곡히 적혀 있고 이것이 모아져서 하나의 커다란 벽을 이루는 그런 프로젝트인 거죠?
◆ 송길원 목사 : 맞습니다. 성경 이전에 사실 두루마리가 있었지 않습니까. 두루마리 성경. 거기에 대개 한 3m 정도 되거든요. 복음서 한 권 정도가 기록이 되는데 저희는 저 옹벽 자체가 83m 약 30배에 가까운 길이였습니다. 그래서 여기에다가 성경을 새길 생각을 했던 것은, 욥이 그런 처절한 고백을 하잖아요. 나의 이 말이 돌에 영령이 새겨졌으면 좋겠노라. 더더군다나 하박국에 가면 달려가면서도 성경을 읽게 하라는 말씀이 있는데, 점점 말씀이 스마트폰 속으로 숨어든다는 생각을 했고. 어떻게 하면 성경을 한 페이지로 펼쳐볼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던 건데요. 말씀하신 대로 이게 한 페이지를 펼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흙으로 작품을 만들면 그걸 도예라고 그러고 돌을 조각하면 우리가 석조각 이렇게 얘기하는데. 저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스테인레스 강판에다가 레이저로 글을 새기는 거였거든요. 레이저를 펜을 삼아서 스테인레스에다 필사를 했다고 할 수 있겠죠. 그게 하고 나니까 어마어마한 대작이었고, 세계 어디에도 성경책 1753페이지를 한 페이지로 펼칠 생각은 전혀 못했다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누군가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최대 최고는 바꿀 수 있지만 최초는 바꾸지 못하는데 엄청난 상상력을 자극하고 성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 것이 참 잘한 일 같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 최경배 기자 : 그런데 성경의 벽이 세워진 공간에 보니까 묘원 한가운데입니다.
◆ 송길원 목사 : 그렇죠.
◇ 최경배 기자 : 말씀이 새겨진 성경의 벽을 묘원 가운데 세운 것에는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 송길원 목사 : 우리는 죽음을 기피하는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앰뷸런스소원재단이라고 그래서 생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교통약자를 차에 싣고 그들의 원하는 곳으로 떠나는 이런 봉사를 하고 있는데요. 특히 소아암 백혈병 아이들은 죽음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아주 그대로 수용하고 또 받아들여요.
그런데 우리 문화는 어떻습니까? 이렇게 얘기하죠. 여행을 아이가 가자고 하는데 같이 가주시면 어떠냐고 그러면 '제가 아이를 그럼 포기하란 말입니까?' 딱 이렇게 나오거든요. 이게 엄청난 문화의 벽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지금도 산에 가다가 만약 묘지가 있으면 소스라치게 놀라잖아요. 그런데 예전에 제 어린 날을 기억해 보면 묘지는 동네 한복판에 있었고 그것이 우리 그린벨트 같은 그래서 잔디 축구장 역할을 했거든요. 거기서 뒹굴고 줄넘기도 하고 별의 별 놀이를 다 했던 것이 무덤처럼 좋은 공간이 없었단 말이죠. 그리고 놀았던 것이 장례놀이라든지 결혼식 놀이라든지 이것은 성경에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가 죽음을 기피하게 됐는가 이걸 생각해 보니까 정작 우리가 죽음을 가르친 일이 없구나 부활의 종교라고 하면서. 또 생명의 종교라고 하면서 죽음이 얘기되지 않는데 어떻게 생명이 얘기되지? 그래서 차라리 이참에 그러면 거기 안데르센공원묘원에 세워진 그 벽에다가 말씀을 새김으로써 아주 역설적이게 죽음과 생명이 하나라는 것을 얘기해 볼 수는 없을까 이런 착상을 하게 됐던 것입니다.
◇ 최경배 기자 : 부활주일에 개막식을 열었어요. 보니까 우리가 흔히 부활주일을 표현할 때 우리가 2023년이니까 2023년 부활주일, 이렇게 부르잖아요.
◆ 송길원 목사 : 그렇죠.
◇ 최경배 기자 : 그런데 이 개막식 때는 보니까 1990번째 부활주일,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거든요.
◆ 송길원 목사 : 너무 좋은 질문하셨는데요. 제가 차고 있는 시계만 해도 듀얼타이머라고 그러는데 사실 시간은 두 가지로 구별이 되죠. 하나는 '아에타스'(aetas), 또 하나는 '템푸스' 이렇게 해서. 아에타스 그러면 그 아에타스는 그저 내게 흘러오는 시간이고 또 내가 흘러보낼 수 있는 시간이고 의미 없이 또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죠. 템푸스 그러면 전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또 의미 있는 구별된 거룩한 한마디로 말하면 별의 순간이라 할 수 있죠. 우리가 달맞이 해맞이 하듯이 부활절도 부활절 맞이가 돼야 되는데. 또 새해가 돼서 부활절 절기가 다가왔으니까 또 계란 까먹고 칸타타 하고 이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2023년에 맞이했던 부활절이 아니라 2023년이 내게는 내 생일처럼 아주 의미 있고 특별한 부활절이 될 필요가 있다. 이런 역사의식으로 저희가 1990번째 그러니까 예수님이 33년 생애를 사셨다 한다면 말 그대로 부활절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첫 부활절이 시작이 되니까 올해가 1990번째구나. 그러면 10년 반 지나면 온 인류가 2천 번이라는 것을 기념하는 일은 여태까지 없었단 말이에요. 2천 번째 맞이하는 부활절을 기념하게 될 때 이것이 또 하나의 엄청난 선교의 자원과 선교의 하나의 모티브가 되지 않겠나 해서 살짝 생각을 좀 비틀어 봤던 겁니다.
◇ 최경배 기자 : 목사님은 많은 분들이 가정 사역자로 기억하고 있죠.
◆ 송길원 목사 : 그렇죠.
◇ 최경배 기자 : 30년 넘게 한국 교회와 사회 속에서 가정사역을 하셨잖아요.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죽음에 대한 관심을 보이시고요. 또 장례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계세요. 가정사역과 죽음, 어떤 연결고리가 있어서 이렇게 하실까 궁금하더라고요. 어떤 계기가 있습니까?
◆ 송길원 목사 : 너무 좋은 질문하셨는데요. 예를 들면 제가 벌써 할아버지가 됐거든요. 가정사역을 시작하기 30여 년 전에는 당연히 제가 젊고 하니까 결혼예비학교라든지 이런 데 관심 가질 수밖에 없었죠. 가정사역의 주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입니다.
그러니까 생애 발달 단계를 따라서 제가 모든 주제를 다 다룰 수밖에 없는데, 제 나이가 노년 세대에 들어서니까 너무 그게 자연스러운 주제가 됐던 거죠. 그리고 사실 이 주제는 이번에만 특별히 다룬 것이 아니라 저희가 노인대학에 가서 강의도 하고 이러면 노인대학이라는 게 복음이 없고 복지만 있는 거예요. 이제 수지침 놔준다든지 머리 깎아준다든지 또 아니면 영정사진 찍어준다 이런 거 외에는, 또 봄나들이 가고 가을 단풍구경 가고 정말 이 어르신들이 필요한 주제가 뭘까 생각을 해보니까 죽음이 주제더라고요.
젊은이들은 이성교제가 주제가 된다면, 중장년에는 자녀 교육과 건강이 주제가 되듯이, 노년이 되면 나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하는데 관심이 있는데 교회는 그 얘기는 전혀 안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어르신들한테 노인대학에 가서 죽음에 대한 얘기를 살짝 살짝 던지면 제일 호기심을 갖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맨 처음 썼던 것이 천국준비교실이라고 했고 장례식이라는 것도 너무 음울하고 어두우니까 천국환송예배라고 그랬더니 막 박수 치고 좋아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사실은 죽음의 문제를 오래전부터 다뤄온 거였지 갑자기 부각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대표적으로 죽음의 문제가 부각됐던 것은 세월호 현장에 제가 그 하늘나라 우체통이라고 해서 빨간 우체통을 갖다 놓았고, 거기 등대에다가 이스터트리를 매달아서 어린 학생들을 위해서는 샛노란 계란을 이렇게 불을 밝히는 것으로 만들었고, 성인들은 흰색으로 이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번 어루만졌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보였던 관심사 또 저를 향한 태도들에서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것이 이 주제인데 왜 교회는 이걸 가르치지 못했나. 그래서 그 주제를 좀 더 제가 열심히 전달하게 됐던 것이죠.
그런데다가 이제 정인이라는 아이가 뜻밖에도 제 품으로 찾아왔고 제 손으로 아이를 묻어주고 난 다음에 일어났던 여러 우리 사회의 아픈 일들이 제 마음속에 끊임없이 이 주제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떠니 하는 하늘의 음성으로 들리기도 했던 거죠.
◇ 최경배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시의 경험을 말씀하시니까 이런 질문을 드려보고 싶네요. 우리 사회에는 여러 사회적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잖아요.
◆ 송길원 목사 : 그렇죠.
◇ 최경배 기자 : 얼마 전에 이태원에서도 아픔이 있었고요. 그런데 그런 재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너무 다양한 것 같아요.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요. 과연 사회적 재난을 우리가 어떻게 보고 받아들여야 되는가. 무엇이 정답인가라고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되는데요. 목사님은 사회적 재난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 송길원 목사 : 저는 이런 큰 재난을 놓고 꼭 다뤄야 되는 것이 있다면 3인칭의 죽음을 1인칭으로 전환하게 하는 그런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그들이 죽었잖아요. 관심 없어요. 며칠간은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고 이러다가 또 일상으로 돌아갔죠.
그 죽음이 2인칭으로 전환될 때가 지인의 죽음이나 부모님 가족들 그리고 정말 내가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게 되고 자녀를 잃게 됐을 때 2인칭이 되겠죠. 근데 더 중요한 건 1인칭의 죽음이죠. 히스기야를 향해서 하나님께서 내가 네 생명을 거두어 가겠다고 했을 때 히스기야가 벽을 향해 돌아앉아서 처절하게 울부짖던. 한 번쯤이라도 우리 사회가 죽음의 문제를 1인칭으로 이렇게 딱 전환시켜줄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마련한다면 우리의 사는 방식이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죠.
그래서 이 모든 배경 속에는 죽음에 대한 사생관, 이것이 삐뚤어져 있거나 잘못돼 있지 않나 이렇게 봅니다. 교회는 특히 부활절을 맞이해서 고난주간도 그렇고 죽음에 대한 얘기들을 정말 잘 다루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 최경배 기자 : 그렇다면요.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오니까,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평소에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 송길원 목사 : 한마디로 말해서 죽음에 준비된 사람만이 사는 것에 준비돼 있다 이런 말이 있죠. 사는 자리에서 죽음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죽음은 하염없이 슬픈 일이 됩니다. 그러나 죽음의 자리에서 삶을 들여다보면 삶은 너무너무 아름답고 너무너무 감사하고 모든 일상이 기적으로 바뀌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코드전환을 잘 못하죠. 그러다 보니까 늘 아득바득 그렇게 너 죽고 나 살기로만 사는데. 정말 죽음이 눈앞에 닥쳤다. 그리고 내일이 나의 인생의 종말이라고 할 때 저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를 생각하면 아찔해질 때가 있죠. 제가 아직도 아내의 어떤 습관을 고치려고 덤벼드는 게 있거든요. 그리고 자식들한테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잔소리하려고 덤벼들고요. 그런데 죽음을 딱 생각하고 그 주제를 바라보면 달라지더라는 거죠. 내일 죽을 녀석이 치약 하나 잘못 썼다고 그래 내가 야단 법석 피고 내가 갈 건가 생각해 보면 그게 받아들여지는 거예요. 아이고 세월호 때 무슨 얘기했는데 판검사 아들 키우는 것보다는 그냥 아이하고 함께 놀아주고 다른 삶을 살도록 이끄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이라는 걸 알았다고 엄마들이 눈물겨운 고백을 했는데, 또 잊어버리고 또다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되겠다고 이렇게 난리법석 피우는 거 아닌가.
생각해 보니까 죽음을 메멘토모리로 가져와야 되는데. 메멘토모리는 일상 속에서 매일 아침 메멘토모리를 실천하고 그렇게 살아내는가. 우리에게 일상 속으로 메멘토모리를 가져오는 것만이 그 답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최경배 기자 : 그렇게 맞이한 죽음, 1인칭의 죽음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면 나 자신이 하나님 곁으로 간 시점에, 사실 나의 죽음을 바라보는 남은 자들이 장례를 치르는 거잖아요.
◆ 송길원 목사 : 그렇죠.
◇ 최경배 기자 : 이 장례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왜곡돼 있다라는 말씀을 목사님 몇 해 전부터 꾸준히 하시더라고요.
◆ 송길원 목사 : 그렇죠.
◇ 최경배 기자 : 우리 사회 장례 문제는 개선해야 할 지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 송길원 목사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에 보면 거기에 생전식이 있습니다. 생전식, 살아서 치르는 장례식을 생전식이라고 그러죠. 저 같으면 장례 문화를 확실히 바꿀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제가 그런 것을 한 10여 년 전에 한 중앙지에 기고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런 뜻밖에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쉽게 얘기했어요. 내가 미국에 이민 간다고 한다면 이민 가기 전에 송별회를 하고 떠나지 내가 미국 가고 난 다음에 저희들끼리 그 녀석 미국 갔댄다고 그러고 무슨 이게 송별식이냐. 떠나기 전에 모여서 '야 너 노잣돈이라도 보태라', '너 어디로 간다며 그동안 고마웠다', '나 미국 가면 너 부를게' 이러고 떠나는 거잖아요. 밥 한 그릇 따뜻하게 나눠 먹고.
그러면 우리가 천국에 간다고 늘 얘기하는데 결국 죽음은 뭡니까. 내 본향으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것 하나 있다고 했죠. 나는 죽고 난 다음에 이렇게 떠들썩한 장례 저희들끼리 안 치렀으면 좋겠다. 그냥 가족들끼리 보내지 무슨 사람들 불러다가 난리 법석을 피우느냐. 내가 떠나기 전에 초대를 하고 사람들을 불러서 그동안 정말 미안했다. 사과할 사람에게 사과도 정식으로 하고 그리고 고마웠던 사람에게 너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고 감사도 표하고. 그리고 어떻든 그때 나를 위해서 조의금 가져오느라. 그럼 그 조의금 가지고 내가 꼭 돕고 싶었지만 못 도왔던 데, 좀 내가 직접 보내주기도 하고 직접 찾아가서 이런 데 써주면 좋겠다 하고. 떠났을 때는 조용히. 그래서 인생은 원더풀, 떠나면 뷰티풀, 마무리를 그렇게 아름답게 하고 갈 수는 없을까.
그런 점에서 저는 엔딩파티를 이 땅에 뿌려보고 싶은 게 제 마지막 소망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면 화해가 일어날 거 아닌가. 저는 우리 장례가 정말 빛이 나려고 하면 엄청난 팡파레, 몇 명이 왔고 이런 떠들썩하고 화려한 장례식이 아니라, 그분이 이런 화해를 하고 세상을 떠났는가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 최경배 기자 : 성경의 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죽음, 장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경의 벽이 세워진 공간이 묘원 한 가운데.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누워 있는 공간에 생명의 말씀이 세워진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요. 이 성경의 벽이 어떻게 이 사회에서 활용되길 바라시는지 기대감이 있으시면 한말씀 해주시죠.
◆ 송길원 목사 : 저는 젊은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무슨 뜻인고 하니 책이라는 것은 등번호가 있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꽂았을 때 책 이름이 보였을 때 그게 책이에요. 그러지 않으면 팜플렛이라고 그러고 그냥 하나의 종이일 뿐이죠. 그런데 어떻게 1753페이지가 한 페이지로 펼쳐져서 그게 책이 될 수 있는가. 이런 상상력을 가지면 문화재급의 상상을 하고 살 수 있다고 여깁니다. 저는 유현준 교수가 했던 얘기를 참 좋아하는데 우리가 남대문을 문화재라고 할 때 그 문화재인 이유는 나무를 어떤 걸 썼고 뭐를 어떻고 썼고 이런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이 문화재급이었고 그 생각을 기념해 주는 것이 남대문이라는 문화재로 우리에게 다가온 거잖아요.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크리스천들이 가져야 될 또는 크리스천뿐만 아니라 모든 다음 세대가 가져야 할 생각이 있다면 하나님의 깊고 오묘한 생각, 우리의 길과 다른 하나님의 길을 늘 보고 기도해야 되는데. 아이들에게 다음 세대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물려줄 유산중의 유산이 아닌가 여겼습니다.
또 크리스천들에게는 성경 앞에 한 번 우리 언제 우뚝 한번 서보았는가 그렇죠? 성경 앞에서,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말씀을 좀 찾아가 보았는가 이건데요. 저기에 서면 이를테면 외국인들이 왔을 때라도 미국인들이 오게 되면 영어로 그 다음에 중동 사람이 오면 아랍어로, 그리고 중국 사람이 오면 중국어로 불란서에서 오시면 그 불어로 그 성경이 또 소리로 들려지게도 꾸며놨고 성경의 소중함을 다시 자각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선교사가 들어오기 전에 성경부터 먼저 번역된 특별한 나라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외국인들이 왔을 때 또 선교사들이 한국인을 지칭할 때 성경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이 우리에게 붙은 이름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성경 말씀의 소중함을 크리스천들에게 널리 다시 한 번 각인시키고 싶었습니다.
구도자들에게는 이곳에 한번 가봐야 되겠다 해서 여기에 왔는데 그 아름다운 말씀 앞에 아름다운 장면 앞에 들리는 성경 앞에서 그들이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 그런 기적의 역사가 쓰여지고 그 벽에서 여러 가지 우리가 자연이 가져다주는 선물과도 만나게 되거든요.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접점이 되고 소통하는 장소로 쓰여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 최경배 기자 :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또 곧 나의 지금 살아가는 삶의 과정도 생각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송길원 목사 : 그렇습니다.
◇ 최경배 기자 : 그런 시간들을 모두가 가져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송길원 목사 : 고맙습니다.
<송길원 목사>
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담임
[영상제작 : 정선택, 최내호]
[영상편집 : 이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