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논평] 여유와 관용 - 조주희 목사

  • 2023-07-31 11:50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츩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조선 왕조의 태종이 된 이방원이 반대파인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하여 지었다는 하여가입니다. 이 시조가 정몽주의 단심가와 엮여서 소개되기 때문에 변절의 아이콘처럼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이 노래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시조가 역사적 변곡점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변절의 의미로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만약 일상을 배경으로 두고 지었다면 여유와 포용력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불의를 합리화하거나 타협해서는 절대로 안 되겠지만 만사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고 가려는 풍조 또한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서로 공격하고 분노하고 저주스러운 말을 쏟아내는 분위기가 정치권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정의를 외치지만 정의롭지 못하며, 평등을 외치지만 계급과 차별의 힘이 더 강하며, 인권을 외치지만 우리 사회는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틈바구니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눈초리는 경계심으로 가득하고 새로운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입니다.
 
대립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모든 문제를 대립으로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립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도 되는 것처럼 대립을 통해서 자기 힘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 넘치고 넘칩니다.
 
[조주희 목사 / 성암교회, 기윤실 공동대표][조주희 목사 / 성암교회, 기윤실 공동대표]
이때 교회가 사회에 선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용서와 이해와 존중일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이런 메시지를 권위 있게 선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를 되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인 한 분이 넋두리하듯이 뱉었던 한 마디가 마음에 두고두고 남아있습니다. '요즘 평안한 교회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사도 바울은 골로새 교회에 보낸 편지 골로새서 3장 12절부터 14절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하나님이 택하사 거룩하고 사랑받는 자처럼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을 옷 입고 누가 누구에게 불만이 있거든 서로 용납하여 피차 용서하되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너희도 그리하고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더하라 이는 온전하게 매는 띠니라"
 

교회는 이 말씀을 기초로 하는 문화 변혁을 이루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자신에 대해서는 치열한 반성의 기조를 세우고 남에 대해서는 여유와 관용을 보이는 그리스도 문화를 세우는 것이 한국 교회의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여야 합니다.

CBS논평이었습니다.

[조주희 목사 / 성암교회, 기윤실 공동대표]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