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국의 노예무역 폐지를 이끌어낸 기독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의 정치적 사명과 신앙적 삶을 조명한 책이 출간됐습니다.
갈등과 대립이 극심한 우리 정치현실에서 진정한 기독 정치인의 역할이 아쉬운 요즘, 윌버포스를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기독 정치인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천수연 기잡니다.
[기자]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 중에서 윌버포스가 의회에서 연설하는 장면. 19세기 영국의 노예무역과 노예제 폐지에 기여한 기독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
그는 1789년 처음 노예무역 폐지 법안을 발의하고, 무려 11번의 반대에 부딪친 뒤 1807년에서야 노예무역 폐지를 법으로 확정했습니다.
다시 26년이 지난 1833년에 비로소 노예제도가 완전히 폐지되는데 이릅니다.
21살에 하원의원이 된 이후 평생을 노예제 폐지에 헌신한 윌버포스의 정치가로서의 길은 철저히 기독교 신앙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책 '윌버포스'의 저자 윤영휘 교수는 윌버포스가 25살 복음주의적 회심을 하면서 정치가의 사명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합니다.
2년 가까운 긴 고민 속에서 그는 사회적 약자가 우리의 이웃이며, 이들을 돕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임을 깨닫게 되면서 본격적인 정치가의 길을 가게 됩니다.
[윤영휘 교수 / 경북대, '윌버포스' 저자 ]
"진짜 정치를 그만 두려고 했습니다. 신앙적 양심을 지키면서 정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해야 되는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나는 노예무역이라는 악습을 없애고 이 나라의 관습을 개혁해야겠구나 이것 때문에 내가 정치로 부르심을 받았구나' …"의회 활동을 하면서도 윌버포스는 특정 정당에는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휘그당, 토리당 등 주류정당을 따르지 않고, 독립파로서 노예제 폐지라는 사안에만 집중했습니다.
정치적이되 정파적이지 않으려는 노력은, 한 정당에 속해 당론만 따라가는 우리의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윤영휘 교수 / 경북대, '윌버포스' 저자 ]
"한쪽 정파에 속하지 않고 시기에 따라서 아니면 주제에 따라서 거기서 최대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가장 성경적인 가치관이 반영되는 정치를 실현하려고 노력을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지금도 우리에게 또 의미가 있고요." 대중으로서의 그리스도인들 역시 정파가 아닌, 성경적 가치관으로 사안을 분별하고 정치에 참여해야 함을 윌버포스는 보여줍니다.
[윤영휘 교수 / 경북대, '윌버포스' 저자 ]
"모든 정치적 이슈를 신앙으로 설명하고 신앙에 대입시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제 종교적 확신까지 더해 버리는 그것도 모두가 참 어떻게 보면 우리가 결코 바람직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당시 노예무역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노예무역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승인한 제도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노예무역 폐지를 놓고 영국 사회도 찬반이 크게 대립했지만 윌버포스는 설득과 타협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느리지만 온전한 개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갈등과 대립이 심각한 오늘의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윤영휘 교수 / 경북대, '윌버포스' 저자 ]
"그들을 개혁의 반대자로 만들기보다 그중에 일부라도 최대한 이들을 개혁의 대의에 동참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렇게 한 개혁이기 때문에 영국은 노예 무역 폐지, 노예제 폐지는 집권 세력이 바뀌어도 어디에 쏠리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그런 개혁의 성과로 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양사학을 전공하고 영국의 기독교와 정치, 군사문제 등을 깊이 연구하며 윌버포스의 일대기를 담아낸 윤영휘 교수는 위대한 한 사람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다수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복음적 실천이 강조된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교회의 역할을 주목한 겁니다.
[윤영휘 교수 / 경북대, '윌버포스 저자 ]
"사회의 영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이끌어내고 또 선도하는 역할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그 내가 윌버포스 같은 사람이 안 될 수도 있어요.하지만 그런 사람이 나타나기 위해서 어떻게 보면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을 만드는 역할을 또 우리가 한 사람으로서 감당할 수도 있는 거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갈등과 대립 속에서 통합을 이루어낸 2백 년 전 기독 정치가의 길을 오늘 우리의 기독 정치인들에게도 기대해봅니다. CBS뉴스 천수연입니다.
[영상취재 정용현 영상편집 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