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포스가 보여주는 기독 정치인의 길은?

  • 2025-02-19 21:33

노예제 폐지 이끌어낸 영국 정치인 윌버포스 일대기 담은 책 '윌버포스' 출간
저자 윤영휘 경북대 교수 , 신앙 바탕한 정치가의 길 걸은 기독 정치인 조명
"정치는 하되 정파적이지 않으려는 윌버포스의 노력은 우리 정치계에 시사하는 바 커"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설득과 타협으로 느리지만 온전한 개혁 이뤄"
"사회 개혁적 분위기 조성하는 보이지 않는 다수로서의 역할, 교회가 해야"


[앵커]

영국의 노예무역 폐지를 이끌어낸 기독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의 정치적 사명과 신앙적 삶을 조명한 책이 출간됐습니다.

갈등과 대립이 극심한 우리 정치현실에서 진정한 기독 정치인의 역할이 아쉬운 요즘, 윌버포스를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기독 정치인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천수연 기잡니다.

[기자]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 중에서 윌버포스가 의회에서 연설하는 장면.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 중에서 윌버포스가 의회에서 연설하는 장면. 19세기 영국의 노예무역과 노예제 폐지에 기여한 기독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

그는 1789년 처음 노예무역 폐지 법안을 발의하고, 무려 11번의 반대에 부딪친 뒤 1807년에서야 노예무역 폐지를 법으로 확정했습니다.

다시 26년이 지난 1833년에 비로소 노예제도가 완전히 폐지되는데 이릅니다.

21살에 하원의원이 된 이후 평생을 노예제 폐지에 헌신한 윌버포스의 정치가로서의 길은 철저히 기독교 신앙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책 '윌버포스'의 저자 윤영휘 교수는 윌버포스가 25살 복음주의적 회심을 하면서 정치가의 사명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합니다.

2년 가까운 긴 고민 속에서 그는 사회적 약자가 우리의 이웃이며, 이들을 돕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임을 깨닫게 되면서 본격적인 정치가의 길을 가게 됩니다.

[윤영휘 교수 / 경북대, '윌버포스' 저자 ]
"진짜 정치를 그만 두려고 했습니다. 신앙적 양심을 지키면서 정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해야 되는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나는 노예무역이라는 악습을 없애고 이 나라의 관습을 개혁해야겠구나 이것 때문에 내가 정치로 부르심을 받았구나' …"


의회 활동을 하면서도 윌버포스는 특정 정당에는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휘그당, 토리당 등 주류정당을 따르지 않고, 독립파로서 노예제 폐지라는 사안에만 집중했습니다.

정치적이되 정파적이지 않으려는 노력은, 한 정당에 속해 당론만 따라가는 우리의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윤영휘 교수 / 경북대, '윌버포스' 저자 ]
"한쪽 정파에 속하지 않고 시기에 따라서 아니면 주제에 따라서 거기서 최대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가장 성경적인 가치관이 반영되는 정치를 실현하려고 노력을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지금도 우리에게 또 의미가 있고요."
 

대중으로서의 그리스도인들 역시 정파가 아닌, 성경적 가치관으로 사안을 분별하고 정치에 참여해야 함을 윌버포스는 보여줍니다.

[윤영휘 교수 / 경북대, '윌버포스' 저자 ]
"모든 정치적 이슈를 신앙으로 설명하고 신앙에 대입시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제 종교적 확신까지 더해 버리는 그것도 모두가 참 어떻게 보면 우리가 결코 바람직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당시 노예무역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노예무역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승인한 제도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노예무역 폐지를 놓고 영국 사회도 찬반이 크게 대립했지만 윌버포스는 설득과 타협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느리지만 온전한 개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갈등과 대립이 심각한 오늘의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윤영휘 교수 / 경북대, '윌버포스' 저자 ]
"그들을 개혁의 반대자로 만들기보다 그중에 일부라도 최대한 이들을 개혁의 대의에 동참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렇게 한 개혁이기 때문에 영국은 노예 무역 폐지, 노예제 폐지는 집권 세력이 바뀌어도 어디에 쏠리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그런 개혁의 성과로 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양사학을 전공하고 영국의 기독교와 정치, 군사문제 등을 깊이 연구하며 윌버포스의 일대기를 담아낸 윤영휘 교수는 위대한 한 사람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다수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복음적 실천이 강조된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교회의 역할을 주목한 겁니다.

[윤영휘 교수 / 경북대, '윌버포스 저자 ]
"사회의 영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이끌어내고 또 선도하는 역할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그 내가 윌버포스 같은 사람이 안 될 수도 있어요.하지만 그런 사람이 나타나기 위해서 어떻게 보면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을 만드는 역할을 또 우리가 한 사람으로서 감당할 수도 있는 거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갈등과 대립 속에서 통합을 이루어낸 2백 년 전 기독 정치가의 길을 오늘 우리의 기독 정치인들에게도 기대해봅니다. CBS뉴스 천수연입니다.

[영상취재 정용현 영상편집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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