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는 고난주간이 시작된 가운데 교계에서는 우리사회 약자들과 함께 하는 고난주일 예배가 잇따라 열렸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며 연대하는 자리가 각각 마련됐습니다. 천수연 기잡니다.
[기자]
[전세사기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고난주일 연합 성찬례
/ 어제(지난 13일), 서울 국회 앞]국회의사당 앞,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지난 2021년 전세사기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됐고, 현재 피해자 인정 건수는 3만 명에 육박합니다.

지난 1월 전세사기가 드러난 강다영 씨는 당장 다음 달 말 만료되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연장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고, 구제를 받지 못한 이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불과 3개월 전 강 씨를 포함해 76명의 피해자가 또 발생했지만 누구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강다영 대책위원장 / 동작구아트하우스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심지어 자신이 전세사기 피해자인 줄 아직도 모르는 분이 계십니다. 저 역시 2023년에 계약을 했지만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걸 올해 돼서야 알게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사기 특별법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연장되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관심을 갖고, 기도와 협력에 나서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철빈 공동위원장 /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로 고통받는 이가 우리 교회에, 내 곁에 말하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돈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기지 말라고 했던 성서의 가르침을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앞장서서 함께 지켜주시고 이 문제에 함께 기도하고 목소리를 내주십시오."

대한성공회 사회선교기관인 9개 나눔의집협의회와 정의평화사제단 등이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연합 성찬례를 개최했습니다.
예배에서는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구조의 문제이자 신앙적이고 신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사회구조적 변화를 위한 신앙적 실천을 강조했습니다.
[민김종훈 신부 /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존엄한 한 사람의 주거권을 속이고 빼앗는 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적 소유와 능력주의 신화가 우리 모두를 속이고 하느님의 것들로 장난치지 못하는 그런 공생의 세계가 되도록 계속 기도하며 싸워 가야 합니다. "
궂은 날씨 속에 성찬례에 참석한 100여명의 그리스도인들은 전세사기 특별법의 연장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이들의 고통에 연대해나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예배
/ 어제(지난 13일), 경기도 안산시 416가족협의회 주차장]

경기도 안산에서는 11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과 함께 하는 기억예배가 열렸습니다.
'진실과 공의로 돌아오라'는 주제로 열린 예배의 자리. 4백여명의 그리스도인들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특별히 국민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필수임을 되새기며 온전한 민주주의의 회복을 간구했습니다.
[박형순 소장 / 평화교회연구소]
"주께서 다시금 민주주의 회복의 길로 나아가도록 열어주신 이 기회를 여기 모인 이들이 잊지 않게 하소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찾아나서는 여정에 다시 한 발을 내딛음으로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뤄지게 하소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이 왜곡되고 잊혀진다면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진실을 기억하는 노력을 부탁했습니다.
[박요섭 / 박시찬 군 아버지]
"시간이 흘러 지치거나 변질되어갈 때에는 다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만이 진실과 공의로 돌아가는 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
예배에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희생자들과 함께 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11년이 되도록 처음 마음 그대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의 아픔에 동참하며, 진실과 공의를 위해 행동하는 우리 모두와 함께 하길 빕니다."
예수님이 당한 고난을 기억하고 묵상하는 고난주간.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사회의 약자들과 함께 아파하며 고난주간의 첫 날을 맞았습니다. CBS뉴스 천수연입니다.
[영상취재 이정우,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