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열악한 노동현실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고공에 오르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3개 사업장 노동자들이 장기간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하청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보장과 존엄을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연대에 나섰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청계천 한화빌딩 인근 30m 높이의 CCTV 관제탑.
성인 한 명이 제대로 눕기도 힘든 이 좁은 공간에서 조선업 하청노동자 김형수 지회장은 90일 넘게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조선업 경기가 초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불황기에 삭감된 하청노동자들의 상여금은 복구되지 않고 있다며 하청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구조적 불평등 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형수 지회장 /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나의 노동이, 내가 가진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기 위해 싸웠습니다. 왜 착취 당하고 빼앗기고 열심히 일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속에서 죽어나가는 노동자가 잘못했다고 굴복해야 하는 겁니까."
13일 서울 중구 한화오션 앞에서 열린 '고공농성 3개 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그리스도인 긴급 기자회견'.경북 구미에선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들이 520일이 넘도록 불에 탄 공장 옥상에서 농성 중입니다.
이들은 "일본계 모기업 니토덴코가 화재보험금 약 1,300억 원을 수령하고도 화재 공장 재건 대신 청산을 단행하고, 평택 공장으로의 고용승계 요청도 거부했다"며 국회 청문회 청원 활동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명동 세종호텔 앞에선 코로나19 이후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목숨을 건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도인들도 연대에 나섰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영등포산업선교회, 한국YWCA연합회 등 교회와 기독단체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개입과 신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들의 고공농성은 단지 기업 내 갈등이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이 침해받고 있는 법과 정의의 문제"라며 "고공에 오른 노동자들의 외침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종생 총무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들은 각기 다른 일터에서 동일한 절규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 이들의 투쟁은 해고, 손해배상, 조사 회피, 생계 위기 등 누적된 고통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외면해 온 노동의 진실이며 사회적 책임의 결핍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하셨듯이, 오늘 이 철탑과 옥상에 선 이들과 하나님은 함께하고 계시다"며 "노동자들의 절규는 하늘이 아니라 우리가 들어야 할 목소리"라고 강조했다.그리스도인들은 "노동자들의 요구는 임금이나 복직 문제를 넘어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존엄의 요구"라며 "신앙인으로서 침묵할 수 없는 호소"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 정부를 향해 "원청의 책임 회피와 교섭 거부가 관행처럼 굳어지는 현실을 바로 잡아주길 바란다"며 "노사 교섭이 이행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발휘하고, 중재에 나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민주 전도사 / 포도나무교회, 고공농성 도시락 연대자]
"강도 만난 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사마리아인의 그 마음 역시 이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의 건강이 매우 심각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조속히 조정자로서의 공적 책임을 다하여 대화와 교섭의 자리를 마련해 주시길 바랍니다."
'굴뚝신문' 발행위원회 제공연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의 연대에 고마움을 전하며 국민동의청원 등에 동참을 당부했습니다.
[이지영 사무장 /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오늘 기자회견으로써 그리스도인 동지들이 함께해 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우리가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다시 땅을 밟고, 일터로 돌아가고, 가족의 얼굴을 보면서 밥 한 끼 함께 먹는 삶,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당연한 요구입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 저희 하늘에는 고통이, 땅에는 외면이 있습니다."고공농성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다시 땅을 딛고 일터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 까지 기도와 연대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정선택 이선구]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