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기다렸는데…" 제주항공 참사 6개월, 진상규명 '하세월'

  • 2025-06-20 09:36
[편집자주]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사고 발생 원인을 찾기 위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더디기만 하다. 12.3내란 사태와 대통령 탄핵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조용한 추모를 이어오던 유족들이 이제는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사 진상 규명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는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김유진 대표를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만났다.

김유진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인터뷰


제주항공 참사 발생 닷새째인 2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제주항공 참사 발생 닷새째인 2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12.3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세밑을 기다리던 지난해 12월 29일 아침.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콘크리트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이 사고로 부모와 남동생 등 가족 3명을 한꺼번에 잃은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김유진 대표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김 대표는 "평생을 그냥 교회에 헌신하셨고 정말 그게 유일한 소망과 기쁨으로 여기면서 봉사하고 헌신하며 믿음 생활을 하셨던 분들"이라며 "처음에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런 형태로 돌아가시게 했을까 왜 꼭 이런 방법이었을까 라고 원망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김 대표는 이처럼 참사 이후 원망도 했지만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 믿고 새로운 가족이 된 남은 유가족들을 위해 용기를 내어 유가족 대표를 맡았다고 고백했다.
 
김 대표는 "돌아보니 제 부모님은 모든 것을 이겨낼 만큼 큰 사랑을 주셨다"며 "유가족들이 흩어지지 않고 서로 의지하면서 새로운 가족이 되는 과정이 있었고 이들을 돕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라고 생각해 대표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를 겪은 상당수 유족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가족을 잃은 슬픔에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참사 발생 6개월이 지났지만 유족 10여 명은 가장 슬프고 참혹했던 사고 현장인 공항을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식도 부족하고 사고조사위원회에서는 유족들은 참여할 수 없다고 하니 할 수 있는 건 빨리 조사해 달라 빨리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것 밖에는 없다"며 "그걸 계속 말할 수 있는 공간이 공항이라 사고가 난 가장 슬픈 곳인데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김유진 대표가 국회 앞 공터에서 유가족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송주열 기자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김유진 대표가 국회 앞 공터에서 유가족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송주열 기자 김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진행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진상 조사, 경찰의 사고 책임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유족들이 진상 조사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점, 수사 관련 상황이 유가족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 등을 담은 '12·29 여객기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은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유족들은 신속한 특별법 마련에는 공감하면서도 졸속으로 추진되다보니 유가족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제주항공 참사는 가족이 한꺼번에 희생됐다는 특징이 있다. 일가족이 다 돌아가시거나 많게는 아홉 분이 돌아가신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참사와 다르다"며 "이전 참사 특별법을 기본으로 만들어졌는데 희생자의 형태나 지원 방법 등이 다양한데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유가족들이 가족 모두를 잃고 슬픈 나머지 제대로 국가를 상대로 의견 개진한다거나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사실 피해자 지원보다는 이유가 알고 싶은 것이다. 왜 못 돌아오셨는지 그 이유가 알고 싶고 그런 내용들을 담은 특별법 개정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국회 집무실에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단과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국회 집무실에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단과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김유진 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사고 조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이번 참사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가 아닌 정부 차원의 별도기구가 조사를 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또 이번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이번 참서 희생자들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에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다음 세대와 그들의 아이들 세대 때까지 안전하게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모두가 관심 갖고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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