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하는 목사님" 구교형 목사의 '택배일기'

  • 2025-06-30 11:17



[앵커]
최근 폐막한 서울국제도서전엔 다양한 기독교 출판사들도 함께하며 기독교 신앙을 나눴는데요.

택배 노동의 경험을 책으로 펴낸 구교형 목사의 북토크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목회자의 노동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함께 나눴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목회와 기독교사회운동에 헌신해온 구교형 목사는 10년 전, 처음으로 택배 노동을 시작했습니다.

개척교회 목회자로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시작한 택배노동이었지만 목회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구 목사는 "교회 울타리를 벗어나 교인과 이웃들의 평범한 노동 일상을 함께한 경험은 목회자로서의 시각을
확장시켜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끝없는 노동으로 안식을 누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과 달동네 서민들의 애환,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등 노동 현장에서 만난 이웃들의 삶을 통해 성경이 말하는 정의와 사랑, 연대의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됐다는 겁니다.

[구교형 목사 /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
"사람들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만남들을 갖고 싶어서, 실제로 육체 노동을 좀 하고 싶었거든요. 꼭 목사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일을 하다보면요, '아 인생이 이런 거구나' 배우는 게 정말 많습니다. 목사의 일이라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격리돼 있거나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안되죠), 하나님 말씀도 사실 공감 안에서 나오는 건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진행된 산지니 출판사의 온라인 북토크.서울국제도서전에서 진행된 산지니 출판사의 온라인 북토크.
노동과 땀의 가치를 새롭게 느끼게 되면서 교인들은 물론 교회 밖 이웃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라졌습니다.

교인들의 고민과 기도제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교회 밖 이웃들과도 관계를 맺으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흘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구교형 목사 /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
"(새벽배송 하는 걸 보면) '아 저 사람 죽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진짜 '아 저 사람 오래 못 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힘겹습니다. 이제 힘든 일을 같이 하다 보면, 동료들끼리 어려운 일들을 같이 나누는 것이 재미있잖아요. 똑같은 목사라고 하더라도 자기들하고 똑같은 그 삶의 현장에서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이 가깝게 느껴질 수 있겠죠."

구 목사는 또 "노동은 존경과 칭찬, 대접 받는 삶에 익숙해지기 쉬운 목회자들로 하여금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고, 목회자로서의 소명을 되돌아보게 만든다"고 덧붙였습니다.

[구교형 목사 /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
"(공동대표나 사무총장 같은) 직함으로 불리다가 일을 하면서는 '아저씨 이거 해주세요', 그런 이야기들이 당연히 이상한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 스스로가 느낄 때, 상당한 좀 자격지심 같은 걸 저도 느꼈어요. 부끄러운 일이라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게 저한테 굉장히 하나님 앞에서나, 또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가 수양이 되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구 목사는 "노동을 통해 성도와 이웃들의 삶이 얼마나 고된지 깨닫게 됐다"면서 "목회자의 삶이 이웃들의 실제 삶과 연결될 때 교회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또한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최내호] [영상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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