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반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은 조사와 처벌의 법적 제도가 있지만 교회 안에서의 성희롱은 기준과 제도가 적용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교회 내 여성 사역자들에게 성희롱 피해 경험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36%가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공식적인 대응을 했다는 응답은 10%대에 불과했고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천수연 기잡니다.
[기자]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교회 안에서 급여를 받고 있는 여성 목회자와 간사, 직원 등 교회 내 여성 사역자 370명에게 성희롱 피해 경험을 물었는데 피해를 직접 당했다는 응답자가 36.5%에 달했습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두 번 이상 반복적으로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성희롱을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간접경험까지 합하면 비율은 60%까지 올라갑니다.
구체적인 성희롱 유형으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가 가장 많았고, 음담패설과 성적 농담, 신체접촉 요구, 사적 만남이나 데이트 강요, 특정 신체부위 쳐다보는 행위 순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성희롱을 행하는 당사자로는 집사 등 평신도 (36.3%)가 가장 많았고, 담임목사(17%) 부목사(14.1%) 장로(11.9%) 순이었습니다.
성희롱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교회(73.3%)였습니다. SNS나 채팅 등 온라인, 통신매체(7.4%)를 통해서 이뤄지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이같은 성희롱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동료나 친구에게 이야기하거나,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68.9%로 가장 많았습니다.
교회 내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등 공식 대응한 경우는 12.6%에 불과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로는 응답자의 30%가 성희롱 행위자와 잘 아는 사이여서라고 답했습니다.
[황지영 소장 / 젠더정의행동]
"교회가 워낙 친밀한 공간이기 때문에 그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또 2차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한 거죠.이것이. 반면에 주변인들에 대한 교육이 단단하게 잘 이뤄졌을 때 피해자가 매우 공식적 창구로 가지 않더라도 개인적인 비공식적 절차 안에서의 심리적 지지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교회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습니다. 문제를 제기할 경우 불이익을 걱정하거나, 교회의 해결의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응답자의 절반 가량인 47.8%는 소속 교회나 교단에서 성희롱을 비롯한 성범죄 처리가 공정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공정할 거라는 기대는 25.7%에 그쳤습니다.

연구자들은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이유로 교회 내 성범죄 사건을 은폐하고 넘어간 것이 내적 신뢰마저 무너뜨린 결과라며, 교회 내부의 신뢰회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혜미 목사 / 교육학 박사]
"덕이 안된다는 이유로 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 평판에 의해서 덮는 선택을 한 것이 오히려 교회의 평판을 더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얘깁니다."
성범죄 해결 방안으로는 확실한 처벌과 징계를 가장 많이 요구했고, 성차별적 문화와 사역환경 개선, 피해자 보호조치와 지원강화, 성폭력 예방 제도 마련 등을 요구했습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사회적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을 조사 처벌할 수 있는 대응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교회는 논외의 공간이라면서,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교회 내 성희롱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교회가 안전한 일터이자 사역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박신원 사무국장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상담을 신청하는 분들을 보면 요즘 직장에서도 이렇게 하지 않는데 교회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고 성희롱 문제에 굉장히 분노하시고 불쾌해하시거든요. 누군가에게는 폭력으로 누군가에게는 계속해서 감당해야 하는 문제로 있다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우리가 인식하고 …"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교회 내 성희롱 예방과 대응 매뉴얼을 제작했습니다.
교회 내 성희롱의 사례와 발생 시 대응규칙, 해결절차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2024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4.3%로 나타났습니다. CBS뉴스 천수연입니다.
[영상취재 정선택 그래픽 박미진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