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광복절을 앞두고 세계교회협의회, WCC 제리 필레이 총무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12.3 내란사태 당시 성명을 발표하며 민주주의를 지지한 제리 필레이 총무는 첫 공식 일정으로 '민주화운동기념관'을 찾는 등 내란사태를 극복한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필레이 총무는 오는 11일까지 머물며 한국교회와의 연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오요셉 기잡니다.
[기자]
우리나라를 찾은 제리 필레이 총무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의 상징인 '민주화운동기념관'이었습니다.
[이재오 이사장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80년대까지 한국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WCC(세계교회협의회)가 많은 지원과 후원을 해주셔서 WCC에 대해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재오 이사장이 제리 필레이 총무에게 당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행된 고문과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고초를 설명하고 있다.제리 필레이 총무와 국내외 교계 인사들은 박종철 열사가 목숨을 잃은 남영동 대공분실 조사실과 특별 고문실 등을 견학하고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된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겼습니다.
방문단은 특히, 하나님의 정의로 구조적 불의와 독재에 맞섰던 그리스도인들의 희생과 노력, 세계교회의 연대와 협력을 돌아보며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성찰했습니다.
[김종생 총무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6.10 민주항쟁이 있었을 때 우리 개신교 목회자들이 함께 입었던 가운이, 보라색 가운이 개신교 목정평(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에서 입었던 가운이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세계교회와 함께 한국 민주화에 저희들이 동참한 그런 역사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오늘이 더더욱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1987년 '6.10 국민대회'를 앞두고 개신교계 목회자들이 제작해 착용했던 보라색 셔츠.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은 셔츠의 색깔로 고난을 상징하는 보라색을 선택했다.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제리 필레이 총무는 한국인들이 견뎌낸 국가폭력의 역사는 넬슨 만델라의 투쟁과도 연결된다며 깊은 공감을 보냈습니다.
이어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와 12.3 내란 사태 극복 과정을 바라보며 결국 시민의 힘, 즉 국민의 저항과 참여가 민주주의의 힘이자, 한국사회 변화의 근본적인 원동력이라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제리 필레이 총무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매우 고통스러운 역사이지만, 그 기억이 공동체 치유와 미래의 출발점이 된다"며 "전 세계 자유와 정의를 꿈꾸는 이들에게 큰 영감과 희망을 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제리 필레이 총무 / 세계교회협의회(WCC) ]
"민주화운동기념관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교훈을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이 점이 특히 인상 깊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흐름입니다. 역사 안에서 우리는 '다시는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제리 필레이 총무는 이번 방한 기간 DMZ 순례와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 연합예배', '화해와 평화교회' 창립 예배 등에 참여하며 분단 80년을 맞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다양한 연대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8일,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을 방문한 WCC 제리 필레이 총무와 방문단.[영상기자 최내호] [영상편집 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