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AI 시대, 교회에 묻다 ②"설교 준비에 AI의 도움, 어디까지 허용될까?"

  • 2025-08-22 21:50
[편집자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교회와 성도들의 일상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CBS는 AI 시대에 교회가 마주하게 될 질문과 이에 대한 신학적, 실천적 해답을 모색해보는 기획보도 'AI 시대, 교회에 묻다'를 통해 미래 교회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설교 준비에 AI의 도움, 어디까지 허용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본다.

AI 활용 자료 수집 설교 준비 수월해져
헬라어 성서 원문 해석…설교 평가도
AI 활용 불편함 호소하는 목회자도
윤리적 문제도…AI 활용 기준 필요
AI 활용 가능하지만 고민과 성찰 필요





▶ AI 시대, 교회에 묻다 - 기술과 신앙의 조화, 그 해답은?
 "AI가 작성해 준 기도문, 진정한 기도일까?"
② "설교 준비에 AI의 도움, 어디까지 허용될까?"
(계속)
[앵커]

AI 시대에 교회가 마주하게 될 여러 가지 질문과 해답을 모색해보는 기획보도 'AI 시대, 교회에 묻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설교 준비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이미 많은 목회자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설교를 준비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AI의 도움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창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툰 손놀림으로 모니터와 키보드를 번갈아 보며 무언가를 써내려갑니다.

남북 관계 주요 선언 정리를 AI에게 맡겼더니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 단숨에 정리됐습니다.

평소에는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작업이지만 AI를 활용하면서 설교 준비 시간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인터뷰] 정원진 담임목사 / 서울제일교회
"6월 22일 남북 민족화해주일 때 남북관계 화해에 도움이 되는 설교를 준비했는데요. 그때 자료가 필요해서 이렇게 검색을 하고"

AI 기술은 자료를 정리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헬라어 문법을 학습한 AI가 신약성서 원문을 해석하고 신학적 의미까지 설명해줍니다.

[우동진 목사 / 크로스로드 AI교육연구소 대표]
"요한복음 1장 1절을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알려줘 우리가 주석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바로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내용으로 추수감사절에 설교하고 싶어.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여기에 설교 신학적 내용도 다 들어가 있어서 그런 내용도 지침을 줍니다."

이렇게 만든 설교 자료를 또 다른 AI에 입력하자 새롭게 만든 이미지가 포함된 10페이지 분량의 PPT로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설교학 전공 교수에게 부탁했던 설교에 대한 자문도 AI를 통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동진 목사 / 크로스로드 AI교육연구소 대표]
"제가 챗GPT에 설교를 넣고 평가해달라고 했더니 거의 난도질을 했어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려주는 거죠. 세계교회사 기가 막히게 찾아내고요. 어떤 예화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설교 준비를 위한 여러 가지 사전 단계에서 AI는 이미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문덕 담임목사 / 서울 향린교회]
"제가 설교를 쓰고 올려서 AI에 물어보는 거죠. 내가 쓰는 언어 중에 혹시 차별적 언어가 있느냐. 저희 교회 부목사님 같은 경우는 설교를 쓰고 어린아이의 언어로 바꿔봐라."

하지만 이런 AI 기술 활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회자도 있습니다.

AI의 화려한 기술에 의존하다보면 책을 읽고 묵상하고 하나님과 교감하는 것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김만석 담임목사 / 경기도 연천 노곡교회]
"AI가 설교를 잘 써주기는 하는데 사실 거기서 성도들과 목회자 쌍방간의 교감이라던가 성령의 인도하심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느낌,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더 나아가 윤리적인 문제에서 갈등하는 목회자들도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설교 준비가 표절과 관련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김유준 한국교회사학회 연구윤리위원장]
"AI를 활용해보면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어려움을 여러 경험을 통해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하고 AI를 활용하는 목회에서 연구윤리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설교 준비에 AI를 활용하더라도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목회 현장의 필요와 공동체의 비전, 성도들의 상황 등이 설교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이를 AI가 대신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한문덕 담임목사 / 서울 향린교회]
"그 설교를 누구에게 하는냐는 거예요. 목사는 목회하는 공동체가 있고 그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이 있고 제가 살아온 삶의 역사가 있는 거죠. 그 판단은 결국은 목회자가 하는 거지 어떻게 그것을 AI에게 맡기겠느냐."

또 목회자로서의 소명과 본분, 영적인 분별력을 잃어버린다면 AI의 기술적 도움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신국원 명예교수 / 총신대학교 기독교철학]
"최악의 설교가 뭐냐면 정말 기가 막힌 자료와 스피치로 설교를 했는데 그래서 어쨌다는 건지에 대해 답을 못하는 설교거든요. 아무리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아무리 잘 사용한다고 해도 영적 분별력과 목회적인 심장이 없는 목회자는 여전히 바보인거죠. 그렇게 되면 그 강력한 기술이 독이 되기 시작하는 거죠."

결국,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은 AI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왜 AI를 사용하는지, 지금 활용하는 영역은 AI에게 맡겨도 되는지 등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CBS뉴스 최창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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