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약물 합법화' 논란… "생명 존중 개정안 필요"

  • 2025-08-26 17:47

'임신중지 약물 합법화' 반대 기자회견…"합병증 발생 위험 월등히 높아"
다음 달 16일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공식 출범…"온라인 서명운동 나설 것"



[앵커]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낙태죄가 폐지된 뒤 입법 공백이 이어진 상황에서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인데요.

종교계와 의료계,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셉니다.

장세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인터넷에 임신 10주 이내 초기 단계에 사용하는 낙태약 '미프진'을 검색했습니다.

미프진 복용 후기부터 부작용 리뷰까지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미프진 복용 후기를 남긴 한 이용자는 "돈 몇 십만 원하는 불법약물로 자신의 자궁건강을 팔지 말라"며 "외국에서 파는 정품 약을 먹는다고 해도 인종이 달라 용량이 안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중절수술이 너무 무서워 약물중절을 했다"며 "아랫배가 아픈 부작용은 있지만 안전유산 됐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2005년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해 현재 100여 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미프진은 우리나라에선 품목 허가를 받지 못해 유통과 처방이 모두 불법입니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임신중지는 더는 불법이 아니게 됐지만, 6년째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여성들은 온라인 후기에 의존해 불법 유통 약물을 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가 최근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임신중지 약물 합법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종교계와 의료계, 시민단체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지영 교수 / 이화여대 서울병원
"낙태약물을 복용한 여성은 시술을 받은 여성보다 출혈, 불완전 낙태 등과 같은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월등히 높지만, 약물낙태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위험은 오롯이 여성 개인에게 전가됩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그래픽 박미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그래픽 박미진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합법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만큼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올라와있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 또한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해당 개정안은 수술에 한정됐던 임신중지 방법을 약물에 의해서도 가능하게 하고, 기존 24주 이내로 제한됐던 임신중절 허용 기간과 사유 조건을 삭제하는데 사실상 낙태 전면 허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홍순철 교수 / 고려대 산부인과(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저는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지금 보이는 모습이 10주된 아기의 쌍둥이 사진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손도 있고, 발도 있고, 우리 모습하고 똑같습니다."

찬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모두 존중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정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기자회견에서 고려대 홍순철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장세인 기자2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기자회견에서 고려대 홍순철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장세인 기자
[인터뷰] 제양규 교수 / 한동대학교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서 태아 생명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되는데 결국은 주수 제한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생각되고…

임신중지 약물 합법화에 반대하는 범종교계와 의료계, 시민단체들은 다음 달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을 공식 출범하고 온라인 서명운동에 나설 예정이어서 낙태법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영상 기자 최내호 최현 영상 편집 서원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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