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더는 미룰 수 없다" 간토대학살 102주기 추모예배

  • 2025-09-02 22:00

'간토학살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그리스도인 모임'
간토학살 102주기 추모예배 1일 서울 향린교회




[앵커]

1923년 9월 일본에서 벌어진 간토 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예배가 열렸습니다.

기독교계와 시민단체들은 10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미온적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기억과 정의, 평화, 연대 정신을 되새겼습니다.

최창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장소) 1923 간토 대학살 102주기 추모예배
/지난 1일, 서울 향린교회

1923년 9월 간토학살 당시 본 군마현 후지오카 경찰서에서 살해된 고 남성규 씨의 외손자 권재익 씨는 외할아버지의 희생을 확인한 과정을 담담히 전했습니다.

[권재익 간토학살 피해 유족 / 고 남성규 씨의 외손자]
"장소, 때, 시간과 학살 주체는 없고, 어떻게 학살 되었는지, 학살의 도구는 무엇이었는지 기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단순 사망으로…"

성남 주민교회 이해학 원로목사는 수년 전 간토학살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직접 들은 일본인 목격자들의 증언을 소개하며 비통해 했습니다.

[이해학 공동대표 /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면서 증언합니다. '저 나무 하나 하나에 조선사람을 묶어 놓고 온 동네 사람들이 어떤 사람은 돌을 던지고, 어떤 사람은 낫으로 찍고, 어떤 사람은 몽둥이로 때리면서 그 사람들을 학살했다'는 애기를 들을 때 듣는 사람들의 가슴에도 피멍이 들었습니다."

간토학살 102주기 추모예배가 지난 1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최창민 기자간토학살 102주기 추모예배가 지난 1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최창민 기자102년 전 일본에서 간토 대지진을 빌미로 수천에서 수만 명의 조선인이 집단 학살당했지만 해방 이후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침묵했습니다.

진보든 보수든 정권마다 이해득실을 따지며 외교적 선택이라는 이유로 미뤄져왔기 때문입니다.

간토 대학살 102주기 추모예배에서 특강을 맡은 일본 성공회 유시경 신부는 시대적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시경 신부 / 일본 성공회 오사카 가와구찌 대성당]
"정권이나 지배세력의 입장. 국가의 전체주의 입장, 외교적 선택이라는 말 앞에 민중의 권리와 민중의 이익과 인권을 하릴없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그런 국가의 입장과 정부의 입장이 상수로 개입하지 않는 민간 영역, 민간단체,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이…."

다행히 이재명 정부는 국정운영 계획안에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 진상규명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습니다.

또 최근 간토학살 진상규명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지만 과제도 여전합니다.

[김종수 목사 / 기억과평화를위한1923역사관 관장]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손을 잡을 때 억울한 자들의 명예는 회복되고 진실은 드러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전쟁에도 침묵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 폭력이 계속되면 안 된다고 하는 사실을 세계 시민들과 함께 더욱 큰소리로 외쳐나가야…."

추모예배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간토학살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일본의 국가 책임 추궁과 역사왜곡 중단, 재일동포들에 대한 차별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CBS뉴스 최창민입니다.

[영상 기자 정용현] [영상 편집 김영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