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제라시 박사가 '로봇들 사이의 종교'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종교학계에서 미래에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인간과 동등해진 로봇이 인간 고유의 영역인 종교적 실천까지 추구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기독교 신학과 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로버트 M. 제라시(Robert M. Geraci) 박사(미국 녹스 칼리지 '종교와 문화 연구' 석좌교수)는 17일 경기도 안양시 성결대학교에서 열린 영암신학사상연구소 국제석학초청 강연에서 '로봇들 사이의 종교'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제라시 박사는 "로봇이 지성, 자유의지, 감정 반응 같은 측면에서 인간과 진정으로 동등하게 된다면 로봇은 인간이 자신의 삶과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메커니즘으로 이용하는 똑같은 공동체에 참여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라시 박사는 고대의 오토마타, 유대교의 골렘 등 인간이 신의 창조 행위를 모방하려고 오랫동안 시도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종교와 기술이 오랜 역사를 통해 통합되어 왔다고 밝혔다.
이어 AI와 로봇 공학자들이 세속적인 과학을 확립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종교에 새로운 방향을 제공했고 인간의 종교적 실천과 연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라시 박사는 "아브라함 종교들(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은 그들의 공동체가 신의 창조 안에서 인간의 고유한 본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로봇을 포함시키는 데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독교인들은 로봇이 성찬에 참여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무슬림은 샤하다를 고백할 로봇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라시 박사는 이어 "로봇과의 동료애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종교는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기독교 교회가 인간 신자들이 가족구성원으로 여기는 로봇에게 세례를 주지 않는다면 그러한 사람들은 새로운 종교 공동체를 찾아 떠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만이 가지는 종교적 실천에 로봇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제라시 박사의 주장은 창조 신앙을 근간으로 하는 기독교 신학에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으로 보인다.
논평을 맡은 성결대 황은영 파이데이아학부(AI윤리와 종교) 교수는 "기술에 대한 종교적 열광과 승인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유신론적 종교가 기술 자체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함양하는데 이점을 가지지 않겠느냐"며 기독교적 관점이 기술 통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황은영 교수는 이어 "기도문이나 설교문을 생성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믿음, 은혜, 경외, 신적 임재의 체험은 단순한 기능적 행위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기독교만이 가지는 신앙적 경험을 지적했다.
황 교수는 이어 "로봇이 자유의지와 의식을 갖춘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는 로봇이 신앙 경험을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게 하고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가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라시 박사는 "앞으로 로봇이 인간처럼 활동하게 되면 계속해서 법적인 권리 문제가 강조될 것"이라며 "우리의 태도는 결국 다른 존재들, 기계들에게까지 우리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느냐는 것에 달려 있다"고 답변했다.
로버트 M. 제라시 박사는 종교와 기술의 관계에서 중립적 태도를 가지고 20여 년 동안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속에서 드러나는 종교적 상상력과 신화적 구조를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