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크리스천칼럼] 에덴의 회복

  • 2026-05-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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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 믿음, 최고의 유산 15
천영태 목사 (정동제일교회, CBS 자문위원)
 
우리는 지금 '세계화'라는 이름의 거대하고도 무시무시한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고, 어제까지 소중히 여겼던 가치가 오늘 아침 무용지물이 되기도 합니다. 이 혼란의 중심에서 가장 위태로운 곳은 다름 아닌 우리의 '가정'입니다. 1인 가구의 급증, 결혼 기피, 그리고 전통적 가정관의 붕괴 속에서 목회자들에게도 가정 설교는 가장 어렵고도 무거운 주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가정은 단순히 우리의 행복을 위해 급조된 울타리가 아닙니다. 게리 토마스(Gary Thomas)는 그의 저서 『신성한 결혼(Sacred Marriage)』에서 통찰했듯, "결혼은 우리의 행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거룩함을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가정 안에는 하나님의 창조 섭리와 구원의 계획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약 2,500년 전 말라기 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당혹스러운 혼란이 있었습니다.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은 생존이라는 현실 앞에 하나님과의 '수직적 언약'을 가볍게 내팽개쳤습니다. 그들은 경제적 실리를 위해 이방 여인들과 정략결혼을 했고, 조강지처를 무참히 버렸습니다. 성경은 이를 '바가드(בָּגַד)' 즉 신실함을 저버린 배신, 거짓행위라고 통렬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성전에서 거룩한 옷을 입고 제사를 드렸지만, 제단은 남편에게 배신당한 아내들의 피눈물로 가득 찼습니다. 하나님은 그 가식적인 예배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나는 옷으로 학대를 가리는 자를 미워하노라."
 
이 무너짐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창세기 2장 15절, 인류 최초의 가정인 '에덴'의 사명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에덴을 맡기시며 '경작하고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경작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아바드(עָבַד)'는 실로 경이로운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놀랍게도 '예배하다', '섬기다', '다스리다' 라는 의미를 한 몸에 품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가정을 다스리고 지키는 일은 권력을 휘두르는 군림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가족을 향해 드리는 '섬기는 예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정을 예배하듯 섬기는 것, 그것이 바로 '아바드'의 영성입니다.
 
기독교의 영성은 세상의 피라미드 구조를 뒤집습니다.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고, 강한 자가 약한 자의 발을 닦아주는 곳이 바로 가정이어야 합니다. 이 '아바드' 영성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하나님은 죄로 인해 가시와 엉겅퀴만 가득해진 '인간'이라는 황폐한 밭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독생자의 피, 십자가의 사랑으로 그 굳은 땅을 적셔 다시 살려내셨습니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처절하고도 치열한 '경작'이었습니다.
 
아바드는 뼈를 깎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고난을 감수하며 얻어지는 권위입니다. 값을 치르고 생명의 문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 권위가 십자가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방식입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을 향해 무릎 꿇는 '아바드'의 사명을 온몸으로 살아낼 때, 우리 가정은 비로소 잃어버린 에덴의 기쁨을 회복하는 거룩한 성소가 될 것입니다.
가정이 살아야 교회가 살고, 가정이 웃어야 이 땅에 소망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정이 하나님 나라를 일구는 가장 눈부신 들녘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