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테두리 넘어선 탈근대적 공허, 기독교 영성의 '인격적 은혜'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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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영성연구원(원장 강성열, 이사장 서순복) 6회 세미나
'다시 찾아 묻는 기독교 영성'이란 주제로
호남영성연구원(원장 강성열, 이사장 서순복)이 마련한 '다시 찾아 묻는 기독교 영성'이란 세미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호남영성연구원(원장 강성열, 이사장 서순복)이 마련한 '다시 찾아 묻는 기독교 영성'이란 세미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현대 사회의 극단적인 물질문화와 과학만능주의 속에서 번져가는 인간 소외와 영적 공허를 극복하고, 기독교 영성의 본질적 가치를 타종교와의 비교를 통해 규명하는 심층적인 담론의 장이 열렸다.

호남 영성의 뿌리를 찾아 오늘의 현실에 접목하고자 창립된 호남영성연구원(원장 강성열, 이사장 서순복)이 지난 14일 오후 7시 광주 남구 사랑샘병원 세미나실에서 '다시 찾아 묻는 기독교 영성'을 주제로 6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목회자와 신학생, 평신도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세미나는 기독교 영성의 독특성과 사회적 책임을 심도 있게 짚어냈다.

■루터·칼빈·웨슬리로 이어지는 일상과 사회적 영성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한상 교수(호남신학대학교 영성학)는 <타종교와의 비교에서 보는 기독교 영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조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성 테두리 밖에서 영적 의미를 찾으려는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진 않은)' 현상과 자아초월에 대한 갈망을 분석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조 교수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확립된 개신교 영성의 핵심 전통을 루터, 칼빈, 웨슬리의 세 가지 축으로 정리했다.

마르틴 루터는 중세 수도원적 고립과 인간의 공로주의를 비판하며, 오직 십자가를 통해 자격 없는 자에게 주어지는 '이신칭의'와 말씀, 성례 중심의 '은혜의 영성'을 확립했다.

존 칼빈은 영성의 무대를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칼빈은 타락한 피조세계를 회복하는 '세상 긍정의 영성'을 바탕으로, 모든 신자가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대면하는 '코람데오(Coram Deo)'의 삶과 직업(노동)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여기는 '일상의 영성'을 정립했다.

요한 웨슬리는 구원 이후의 삶에서 성령의 역사로 거룩해지는 '성화(Sanctification)'를 강조하며, 개인적 경건에 머물지 않고 빈민 구제와 사회 정의 등 '사회적 책임'을 균형 있게 결합해 영성의 지평을 넓혔다.
 
조 교수는 "개신교 영성은 수도원적 고립이나 특정한 신비 기법이 아니라, 말씀과 은총 앞에서 형성되는 전인적 삶의 양식"이라고 못 박았다.

조한상 교수가 기독교 영성에 대해 타종교와 비교, 설명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조한상 교수가 기독교 영성에 대해 타종교와 비교, 설명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타종교와의 비교를 통해 본 기독교 영성의 '독특성'
이어 조한상 교수는 필립 쉘드레이크(Philip Sheldrake)의 4가지 영성 유형(금욕적·능동적·신비적·예언적)을 기준으로 유대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의 영성을 기독교와 비교 분석했다.

조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인간 삶의 궁극적 의미와 초월적 실재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모든 종교의 영성은 연속성을 지닌다. 유대교의 무사르 운동이나 이냐시오 로욜라의 사도적 전통, 힌두교의 라마크리슈나 선교회 등은 동료 인간과 사회를 섬기는 '능동적·실천적 영성'의 공통 분모를 보여준다.

또한 플로티누스의 존재론적 근원(일자)과의 합일, 유대교 카발라와 하시디즘의 에인 소프 추구, 이슬람 수피즘의 사랑의 합일은 기독교 신비주의 전통과 궤를 같이한다.

20세기 이후 부당한 사회 구조에 맞선 예언적·비판적 영성 역시 기독교의 해방신학과 본회퍼 목사의 행동, 유대교의 '티쿤 올람(세상을 고침)', 틱낫한 스님의 '참여불교' 등에서 공히 발견된다.

그러나 조 교수는 이러한 공통성 속에서도 기독교 영성만이 갖는 강력한 차별성과 독특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와 '은혜 중심의 삶'이다.

타종교의 영성이 인간이 신을 향해 단계적으로 수행하며 상승하는 구조라면, 기독교 영성은 거꾸로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하강(은총)에 믿음으로 응답하고, 성경과 성례전, 공동체 안에서 사회적 책임을 통합적으로 살아내는 삶의 형식이라는 설명이다.

이현주 목사(작가, 번역가)가 김종헌 목사(로고스문화교회)와의 대담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이현주 목사(작가, 번역가)가 김종헌 목사(로고스문화교회)와의 대담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사물과의 대화, 그리고 삶을 채운 오월의 복음
2부 순서로 마련된 토크 콘서트에서는 관옥 이현주 목사(작가, 번역가)가 김종헌 목사(로고스문화교회)와의 대담을 통해 깊은 영적 통찰을 전했다.

이 목사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마음을 관리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마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삶 전체를 전적으로 맡기고 순종해야 한다"며, 이것이 심화되면 우주 만물 전체와 소통하는 '사물과의 대화'라는 영성의 지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고 자신의 경험을 들어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

문화 공연으로 꾸려진 3부에서는 호남 영성의 깊은 맥을 예술로 승화시킨 김생심 명창과 지순구 고수의 '판소리 예수전' 공연이 펼쳐졌으며,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사역 중인 장성규 캄보디아 선교사의 감동적인 클라리넷 연주가 이어져 세미나의 은혜를 더했다.

강성열 호남영성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강성열 호남영성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강성열 원장과 서순복 이사장은 "이번 세미나는 기독교 영성이 단순한 내적 체험이나 종교적 의례에 갇히지 않고, 현대 사회의 분열과 고독 속에서 개인적 경건과 사회적 정의를 어떻게 일치시켜 나갈 것인가를 보여준 뜻깊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오월의 한복판에서 열린 이번 호남영성연구원의 세미나는 박제된 교리를 넘어 세상 속에서 '제자도의 삶'을 살아내려는 지역 교계와 성도들에게 묵직한 영적 도전과 울림을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