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기독교 교계가 광주에 모여 오월 영령을 추모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결단을 다짐했다.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광주NCC)가 주관한 '5·18 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예배'가 18일 오후 광주한빛교회에서 교파와 교단을 초월한 목회자와 성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서슬 퍼런 독재정권의 압박 속에서도 지난 40여 년간 오월 예배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교계는 오늘날 마주한 사회적 불의와 역사 왜곡에 맞서 행동하는 신앙인이 될 것을 선언했다.
기념예배를 주최한 광주·전남·전남동부 NCC, 기장 광주노회, 기감 광주지방회, 기하성 호광지방회, 대한성공회 광주교구, 예장통합 전남·광주·광주동 노회 인권위, 빛고을평화포럼, 광주 YMCA·YWCA·CBS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 드러내는 '정의로운 기억'이날 예배에서 환영사를 전한 광주NCC 회장 허정강 목사는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의 개념을 빌려 '정의로운 기억'과 '기억 신학'을 화두로 던졌다.
허 목사는 "정의로운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윤리적·정치적 책임을 지닌 기억이다"며 "망각을 강요하는 자들에게 저항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는 신학을 통해 우리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빛이라는 사명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월 광주가 남긴 연대와 공동체 정신을 오늘날 삶 속에서 살아내는 것이 곧 신앙의 실천이라는 설명이다.
■12·3 내란 막아낸 80년 오월, "과거가 오늘을 구원했다"'하늘의 영광으로 다시 오라'는 주제로 설교를 맡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박승렬 목사는 1980년 오월의 역사적 경험이 지닌 현재적 능력을 강력히 선포했다.
박 목사는 지난 2024년 12·3 비상계엄 내란의 밤을 회상하며, 칠흑 같은 위협 속에서도 수많은 시민이 두려움 없이 국회와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은 바로 1980년 오월 광주가 남긴 '승리의 기억'이었다고 고백했다.
40년이 지났음에도 도청의 마지막 가두방송을 기억하며 나선 시민들의 연대가 내란 세력을 꺾었다며, 이는 '80년 오월이 12·3 내란을 막아내고 과거가 오늘을 구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 목사는 "학살 정권은 민주주의를 잔혹하게 짓밟고 입을 틀어막으려 했지만 결코 죽일 수 없었다"며 "십자가의 죽음이 하나님 나라 운동을 막을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민주주의를 위해 자기를 헌신한 오월 정신을 이제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새겨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촉구…개헌 무산시킨 국민의힘 준엄히 비판예배 참가자 일동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정치권의 공방 속에 무산 위기에 처한 '부마항쟁 및 5·18 헌법전문 수록을 위한 개헌'을 재차 강력히 촉구했다.
교계는 성명서를 통해 3·1운동의 독립정신과 4·19 혁명의 민주이념처럼 군사정권의 폭력에 맞선 시민들의 용기를 국가의 근본 가치로 삼는 것은 민주주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중대한 과제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개헌 투표가 야당인 국민의힘의 당론 표결 불참으로 무산된 것에 대해 "역사와 국민 앞에 씻을 수 없는 죄악을 범했다"고 정면으로 비판하며, 지금이라도 국회를 다시 열어 개헌 표결에 참여하라고 몰아붙였다.
또한, 복음을 세속 정치이념에 결탁시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일부 극우 개신교 세력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며, 오월 정신이 헌법전문에 명문화되는 날까지 물러섬 없이 연대하고 행동할 것을 천명했다.
■한반도 평화와 생태계 보전 위한 연대의 기도이날 예배에서는 5·18 정신 계승과 헌법전문 수록을 위한 특별기도(서해현 광주YMCA 이사장) 외에도, 남북 간의 불신을 걷어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위한 기도'(위선웅 기장광주노회 남신도회연합회장), 그리고 무분별한 인간의 탐욕으로 파괴되어 가는 지구촌의 치유를 구하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 보전을 위한 기도'(이시정 기장여신도회 전국연합회장)가 함께 드려졌다.
이어 예배 참가자들은 '오월의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의 민중가요를 함께 부르며 결의를 다졌고, 광주인권위원장 목회자들의 성명서 낭독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끝으로 결단과 연대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1980년 광주의 기억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었다. 2026년 오늘, 망각을 강요하는 구조적 불의에 맞서 '사람다움의 세상'을 향해 온전히 부활하라는 오월 영령들의 외침은 한국 교회와 사회를 향한 묵직한 시대적 사명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