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파괴 공작' 2심도 국가배상 인정 그러나…사과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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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일교회 항소심도 승소했지만 여전히 남겨진 상처
1980년대 보안사 교계 공작에 7년간 이어진 '노상 예배'
5·18 진실 알린 박형규 목사 축출 목적…수사기관 묵인
2022년 진화위 "국가 위법행위…사과·명예회복" 권고
1·2심 원고 승소…"국가 권력의 종교 자유 침해" 인정
교회, 상고 않기로 결정했으나 일부 교인 제외 아쉬움
박형규 목사 10주기 맞아 교회 내 '기념실' 조성 예정


[앵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국군보안사령부가 고 박형규 목사와 서울제일교회 교인들의 예배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폭행을 조장한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 2022년 국가 폭력으로 규명한 바 있습니다.
 
진화위 결정을 계기로 제기된 소송에서 1심에 이어 최근 항소심 법원도 국가의 배상 책임을 거듭 인정했습니다.
 
40여 년 만에 법적 억울함은 일부 풀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정원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84년 12월부터 무려 7년 동안 길거리에서 눈비를 맞으며 드려진 '노상 예배'.
 
이는 1980년대 초 국군보안사령부가 벌인 '교계 저항세 무력화 대책' 공작의 상흔이었습니다.
 
당시 보안사는 5·18 광주 민주 항쟁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박형규 목사를 교회에서 내쫓기 위해 교인들을 포섭해 예배를 방해했습니다.
 
조직폭력배까지 동원된 폭행과 감금 사태가 벌어졌지만, 국가안전기획부와 경찰 등 수사기관은 이를 철저히 묵인하고 사건을 은폐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2022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통해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공식 규명됐습니다.
 
당시 진화위는 국가의 사과와 명예 회복 조치를 권고했고, 이를 계기로 교인들은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9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서울제일교회와 교인 95명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재판부는 "국가 권력에 의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 당했고, 국가가 이를 방치했다"며 배상 책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2심에서는 고 박형규 목사 자녀들에 대한 배상액을 상향하며, 불법 축출 공작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무겁게 인정했습니다.
 
교회 측은 상고하지 않고 항소심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지만,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모두 풀린 것은 아닙니다.
 
상처와 고통에 비해 배상액이 턱없이 부족하고, 노상예배에 뒤늦게 합류했거나 신분 노출 우려로 교인 등록을 못 한 이들이 배상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원진 목사 / 서울제일교회
"그분들은 83년 이전부터 교인 생활을 하고 끝까지 같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배상 대상에서 제외돼) 아쉬운 거고요. 하여간 보안사의 공작으로 인해서 서울제일교회가 종교의 자유에 대해 피해를 봤다라고 하는 게 법적으로 판정이 낫으니 이제 국가가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제일교회 측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오는 18일 고 박형규 목사의 10주기를 맞아 1심 승소 배상금을 모아 교회 내에 '박형규 목사 기념실'을 조성하고 고인의 뜻을 기릴 예정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가 있은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진정한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응답이 요구됩니다.
 
CBS 뉴스 정원희입니다.


[영상편집: 서원익]
[자료제공: 서울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