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을 쓸 수 없어 입으로 쓴 성경…"예수님 붙잡으려 또 써요"

핵심요약

[대한민국 성경필사전]
33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된 박완금 권사
횡격막 기능 떨어져…3분에 한번 배 눌러줘야
한 글자 쓰기도 힘든 필사 과정…하루 4~5시간씩 꼬박 7년
필사 후 27년간 낫지 않던 욕창도 사라져
목회자를 꿈꿨던 남편…신학교 졸업 앞두고 사고
아내 돌보며 살아온 30여 년…"그저 감사해"





[앵커]

볼펜을 손에 쥘 수 없어 입에 물고 성경을 쓴 성도가 있습니다.

33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뒤 7년에 걸쳐 성경필사를 완성했는데요.

필사의 시간을 함께한 남편과 성경필사 전시관을 찾았습니다.

장세인 기자입니다.

[기자]

33년 전 음주운전 차량과의 교통사고로 경추를 다친 박완금 권사는 전신이 마비됐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남편이 천장에 붙여준 말씀을 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성경 말씀을 옮겨 써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인터뷰] 박완금 권사
"시간이 많고 또 하나님의 은혜를 입으려면 뭔가를 해야 되는데 무얼 해야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래서 한번 말씀을 써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남편이 쿠션으로 몸을 받쳐 필사 자세를 만들어주지만, 조금만 자세가 틀어지면 한 글자 완성하기도 어렵습니다.

볼펜의 각도가 달라지거나 입에 힘이 빠져도 글씨는 영락없이 흐트러집니다.

앉아 있을 때는 횡격막의 기능도 떨어져 3분에 한 번 정도 남편이 배를 눌러줘야 호흡할 수 있습니다.

여러 번 자세를 다시 잡아 겨우 필사를 시작해도 한 번에 쓸 수 있는 건 다섯 줄 정도.

다음 줄을 쓰려면 누군가 공책을 조금씩 올려줘야 합니다.

[인터뷰] 김동덕 집사 / 박완금 권사 남편
"-조금만 각도가 안 좋으면 글씨가 안 써지거든요. 입으로 물어서 비스듬히 쓰니까 이게 안 나와요. 이렇게 해달라고 또 이렇게 해주면 또 안 나온다고 이게 진짜 솔직한 얘기로 이 사람도 엄청 고생하고 나는 성질나는 일이야.
-(하지 말라고는 안하셨어요?)
-그건 안했지. 하나님 일이라 벌 받을 것 같더라고요."


목회자를 꿈꿨던 남편 김동덕 집사.

매주 시골에 계신 어머님을 모시고 교회를 다녔는데, 여느 날처럼 가족들과 집을 나서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신학교 졸업을 코앞에 앞둔 시점이었지만 하루 종일 아내를 돌봐야 했고 그 길로 모든 꿈을 내려놓았습니다.

[인터뷰] 박완금 권사
"사고를 당해서 경추 3번, 4번이래요. 숨쉬기를, 처음에도 숨을 못 쉬어서 내가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남편이 24시간 붙어 있어야 됐어요. 남편이 고생 너무 많이 한 사람이에요. 진짜 사람들은 지금도 남편보고 하늘에서 낸 사람이라고 그래요. 천사라고…"

성경 필사를 시작한 뒤 아무리 꼼꼼히 돌봐도 27년 동안 낫지 않던 아내의 욕창은 깨끗하게 아물었습니다.

30년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아내의 곁을 지켜온 김 집사는 돌이켜보면 오히려 은혜와 감사가 가득한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동덕 집사 / 박완금 권사 남편
"기쁘고 이게 하나님이 하셨단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이것 갖고 믿음이 좀 좋아졌어. 눈으로 봐서…"

박완금 권사가 성경 필사를 하고 있다. 장세인 기자박완금 권사가 성경 필사를 하고 있다. 장세인 기자
그렇게 하루 4~5시간씩 꼬박 7년을 써 내려간 끝에 완성한 성경 66권은 CBS 성경필사전에 전시됐습니다.

그동안 필사공책을 찬찬히 들여다볼 여유는 없었던 가족들.

어느 날은 또박또박, 어느 날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채워진 공책을 성경필사전에서 처음으로 가까이 마주했습니다.

[인터뷰] 박완희 / 박완금 권사 동생
"이건 사람이 한 게 아니라 성령 하나님께서 권능을 주셔서 능력을 주셔서 감동대로 다 이렇게 하신 것 같아요. 전 보면서 너무 감동했고…"

[인터뷰] 김동덕 집사 / 박완금 권사 남편
"우리 집사람도 무진 애썼지만 나도 일조했다 생각이 드는데, 저는 이게 사실 싫었거든요. 나름대로 굉장히 어려웠던 일이었어요. 바쁜 와중에 저걸 뭐 하러 쓰나… 대강 잘 써지는지는 신경도 안 써주고 '(공책) 올려줘' 그러면 '올려줘?' 그랬었는데 다 써놓고 나니까 이렇게 큰 작품이 돼서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다시 창세기 첫 장부터 필사를 시작했다는 박완금 권사.

말씀을 써 내려갈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완금 권사
"필사하면 하나님 아버지하고 더 같이 하는 것 같고 더 좋아요. 예수님을 붙잡고 십자가 붙잡으려고 또 쓰려고 지금 창세기부터 시작했어요. 계속 쓰려고요."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최현]
[영상편집: 서원익]